속좁은 일상_2 214

뭐 찾니?

파리에서는 좀 처럼 아이들끼리만 몰려노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부모가 등하교를 꼭 시켜야하고, 아이가 혼자 거리를 다니면 보호자로서 아동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되는 거란다. 그래서 공원이든 작은 놀이터든, 벤치가 공원의 중앙을 향하여 감시자의 자세로 배치되어있다. 부모들은 대부분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베이비시터들은 그 자리에 앉아 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통화를 한다. ㅎㅎㅎ 오늘 본 장면이 정겨웠던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었을듯. 동네의 작은 공원을 한바퀴 돌고있는데, 활발한 저 키큰아이가 우리를 보며 대뜸 우리 xxx찾고있어요! 란다. 뭐라고? 뭐 찾는다고? 개구리요.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고, 매우 졸졸 흐르는 물일 뿐인데, 개구리가..

속좁은 일상_2 2014.08.07

해변 풍경 일지도... 모르는 숲속풍경

여름이면 파리에서는 바다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센 강변에 모래를 가져다가 해변 무대를 만들어준다. 거기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바다인 것처럼 앉아 일광욕과 모래놀이를 즐긴다. 바닷물이 없는 해변이 가능할까?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정해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어색하고 불편할 것같은 그 이미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수평선을 보지 않고 덩그러니 누워서 해수욕을 할 수 있나? 근데, 오늘 본 저 장면은 퐁텐블로 시청에서 만들어 놓은 해변. 신기하게도 그냥 모래가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와서 비치볼을 하고, 아이들은 마치 해변에서 처럼 물놀이를 한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다. 그냥 배경이나 기구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노는 이들의 문화때문인가보다. 여전히 기구와 ..

속좁은 일상_2 2014.08.04

시골 사람들

프랑스는 확실히 '말'의 문화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거? 안통한다. 일단 말을 잘하고 봐야된다. 그건 일종의 처세술을 장려하는 문화이기보다는, 사람과 관계맺는 방식으로서의 문화인 것 같다. 물론 형이상학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는 아니다. 일종의 수다 같은거? 거리에서도 그냥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마디 섞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지도를 바라보며 두리번 거리는 우리를 기다렸다가, 자기도 모르는 길을 여러번 설명해주는 저 아줌마. 자기는 파리 사람임을 강조하시며, 친구 집에 놀러왔다며 자기는 그렇게 멀지 않은 이 곳에 자주 온다며 한참동안이나 이야기 하셨다 . 아뜰리에 간판이 특이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멀리서 한 아저씨가 다가온다. 안에 들어가 볼래? 이 집을 사서 수리한 이야기며 이 동네에 어디..

속좁은 일상_2 2014.08.02

Bill Viola, Walking on the edge, 2012.

저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이 있다. 서로를 옆에 두고 멀리 떨어져서 다가오는 이들은 화면에 가까워질 수록 그 들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평행선을 그리며 마주보고 걸어오는 이들을 한 장면 안에서 편집한 빌 비올라의 이 작업은 Walking on the Edge라는 제목의 12분 정도 남짓한 영상이다. 그들이 곧 가까워져 손 잡을 것을 생각하며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의 거리는 더이상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 닮은 얼굴의 이 두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끝내 이들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저 모서리에서 걸을 뿐이다. Bill Viola -Walking on the Edge-2012-vidéo couleurs en haute-définition sur écran plasma fixé au ..

속좁은 일상_2 2014.07.31

Les amants

연인, 마그리트, 1928 서로를 보지 못하는 눈 먼 상태, 혹은 서로를 볼 수 없는 눈이 가려진 우리는 열심히 서로를 향하여 사랑을 외치지만, 입을 맞추고 서로의 숨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확인하지만, 자아와 자아가 만나는 과정은 숨이 턱 막히고 서로를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운 그런 단계의 연속임을. 아마도 마그리트는 사랑의 눈먼순간을 그리려 했을지 모르나. 나에게 이 그림은 바로 이런 것이다.

속좁은 일상_2 2014.07.29

Tour de France

자본주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다는 그 자전거. 산과 들과 물을 건너서 자신의 근육과 힘에 의지해 온 선수들이 오늘 개선문을 한바퀴돌아 결승전에 도착하는 날. 비록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막혀 다니기엔 불편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데 뭔가 경건해지고 숙연해졌다. + 자전거타고 저렇게 달리는게 구경거리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 1,2위 선수가 프랑스인들이어서 구경하는 이들의 흥분이 몇배는 더해진듯.

속좁은 일상_2 2014.07.28

뽑기

30년 교회다니면서 그 흔한 신년말씀뽑기 한번 해본적도 해보고 싶은 적도 없었는데, (아마도 내가 다니던 교회들은 그런걸 뭔가 기복적인 문화의 잔해로 여겼던 듯) 이 낯선 동네의 낯선 성당을 구경하다가 놓여진 바구니에, 아무거나 뽑아보라는 말에 혹했다. 아니, 그 앞에 기도하고있던 사람의 등을 보니 뭔가 숙연해지고 내 안에 숨어있던 종교심이 살아난 느낌이었다. ㅋㅋㅋ 그리하여 뽑은 말씀이 넘 의미심장하다. 예수님이 첫번째 제자들을 무르시는 마가복음 1장의 장면,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는 말씀. 그냥 재미로 한번 뽑아본건데, 뭔가 진지하게 다가온다.

속좁은 일상_2 201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