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확실히 '말'의 문화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거? 안통한다. 일단 말을 잘하고 봐야된다. 그건 일종의 처세술을 장려하는 문화이기보다는, 사람과 관계맺는 방식으로서의 문화인 것 같다. 물론 형이상학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는 아니다. 일종의 수다 같은거? 거리에서도 그냥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마디 섞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지도를 바라보며 두리번 거리는 우리를 기다렸다가, 자기도 모르는 길을 여러번 설명해주는 저 아줌마. 자기는 파리 사람임을 강조하시며, 친구 집에 놀러왔다며 자기는 그렇게 멀지 않은 이 곳에 자주 온다며 한참동안이나 이야기 하셨다 .
아뜰리에 간판이 특이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멀리서 한 아저씨가 다가온다. 안에 들어가 볼래? 이 집을 사서 수리한 이야기며 이 동네에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에 뭐가 있고 장황하게 설명하신다. 입에서는 술냄새가 후덜덜..우리 빨리 동네 구경하고 싶은데, 말을 자를 수가 없다. 기둥과 나무, 페인트 칠까지 자세히...끙.
비를 피하러 잠시 들어간 카페 겸 식당 겸 밤이면 바로 바뀔지도 모르는 좀 장르가 없어보이는 곳. 커피는 맛있었고, 주인 여자의 얼굴은 에반스의 사진에 나왔던 여자 노동자 같이 쓸쓸하고 외로워보였다. 사람 없을 시간이라 우리둘의 목소리만이 그 공간을 울리고 있었는데, 계산서를 달라고하니 갑자기 영어, 이태리어로 5유로를 말하신다. 그러더니 우리의 국적을 묻고, 이내 자신의 여정을 브리핑하신다. 부모는 이태리 사람이고, 리옹에서 자라서 살다가 이 시골마을에 이 카페건물을 사서 온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으신다. 사람이 없어 이곳은 너무 적적하다는 말과함께. 끝나지 않을것 같은 수다.
시골에 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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