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이 있다. 서로를 옆에 두고 멀리 떨어져서 다가오는 이들은 화면에 가까워질 수록 그 들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평행선을 그리며 마주보고 걸어오는 이들을 한 장면 안에서 편집한 빌 비올라의 이 작업은 Walking on the Edge라는 제목의 12분 정도 남짓한 영상이다. 그들이 곧 가까워져 손 잡을 것을 생각하며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의 거리는 더이상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 닮은 얼굴의 이 두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끝내 이들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저 모서리에서 걸을 뿐이다.
Bill Viola -Walking on the Edge-2012-vidéo couleurs en haute-définition sur écran plasma fixé au mur,
12 '33- performeurs : Kwesi Dei, Darrow Igus-Bill Viola Studio, Long Beach, Etats-Unis-Photo Kira Perov
나라에 보탬이 되라는 아버지의 말씀, 마치 '국민학교'미술시간에 그린 반공포스터와 국어시간에 썼던 통일 표어 글짓기가 생각난다. 이렇게 한국의 두 세대는 평행선을 걷고 있다. 아무리 해괴망칙한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일어나도, 그들에게 나라란 국민을 보호해주는 장치이기보다는, 국민이 차렷하고 바라보아야 할 게양대위의 국기같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한국 신문을 볼때마나 입이 떡떡 벌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부모세대에게서 해석되는 모습은 더더욱 놀랍다.
'속좁은 일상_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변 풍경 일지도... 모르는 숲속풍경 (0) | 2014.08.04 |
---|---|
시골 사람들 (0) | 2014.08.02 |
Les amants (0) | 2014.07.29 |
Tour de France (0) | 2014.07.28 |
뽑기 (0) | 2014.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