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듣기 햇살이 좋아 버스를 탔다. 앞에 앉은 머리 희끗하신 중년의 아저씨가 통화를 한다. "그래, 움직이지말고 가만히 누워있어. 사랑한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다. 몸이 아파 집에서 혼자 누워있을 자녀를 향해 하는 말투. 그의 입에서 나온 '사랑한다'의 여운. 좀 체 중년의 아저씨들에게선 들을 수 없는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잘 표현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다.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3.30
우리가 좋아하는 자리 1 공통의 집이 있기 전, 우리는 동네의 카페를 전전하며 저녁시간을 보내곤 했다. 덕분에 단골인 집도 생기고 꽤나 안정적인(반복적인) 저녁 티타임을 보냈다. 아마 우리가 기다린 것은 결혼이라기 보다는 저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작은 장소였을 수도 있다. 카페는 저녁에 늘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10시 이후나 되어야 조용하게 집중력있는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거실이 넓거나 햇빛이 환한 집에 살지 않는다면, 이런 삶은 서울에 사는 동안은 지속되겠다는 예상이었다. 현실적으로 그랬다. 2 그런데 이게 왠일, 저녁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유는 우리의 장소가 생겼기 때문. 넓지도 않고 햇빛도 잘 들지 않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이 생겼다.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사람이 편하..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3.27
우렁각시 쓰기 전, 일단 심호흡을 한번하고. 후우~ 전래동화에 나오는 줄 알았던 우렁각시가 우리동네에 살고있다. 심지어 이 우렁각시는 여러명이다. 이사갈 짐, 이사온 짐이 박스채로 산처럼 쌓여있고, 난장판이었던 우리집. 여독을 풀 걱정보다 청소할 걱정으로 심난했던 우리는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러버렸다. 같은 TV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알겠다. 꿈꾸었던 모양과 색의 책상과 의자는 물론 냉장고와 신발장 정리까지 하고 떠난 이 우렁각시들 덕분에 꾹 하고 묶어두었던 주머니가 후룩하고 터져버렸다. 자취집의 연장선에서 살 뻔 했던 우리는 이로써 진정한 홈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을 만한... 덧. 누군가의 필요를 적시적소에서 채워주는 일.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3.19
타협? 이 모든 과정이 마치 협상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안좋아질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이게 아닌데,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시작한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면 하염없이 굴을 파고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자본에 기대지않고 준비해야지 했던 마음 우리의 소유가 아닌 것에 대해 굳이 가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 당연히 해야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 중요하지 않은 것에 목숨걸지 말아야지하는 마음. 여튼, 이런식으로 결정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살아왔다. 이제 결정적 순간. 그 어느때보다 우리의 선택이 증명되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느꼈는데, 돈없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돈주는 이들의 의견에 따른 것 뿐이란 말인가. 무기력함에 울컥하는 순간. 그녀의 한마디가 머리를 팅 울렸다. -믿음이..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3.01
졸업 가끔씩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여겼던 일이 일어날때가 있다. 난 아직 그런 종류의 비일상성을 잘 받아들이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와 싸인해달라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오늘 있었던 비일상적일은 이런 종류와도 조금 달랐던 것이, 내가 늘 바라고 있었지만 이루어질것이란 희망과 소망이 더이상 남아있지않던, 고로 어떠한 갈망이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던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어대면서도 난 이 일이 지금 나의 현실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웠을때, 피로와 바이러스와 감기로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을 꽁꽁 묶었을때. 그때에야 비로소 조금 늦은 현실감이 다가왔다. 아 맞다..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2.28
유유자적 아무래도 블로그에 쓴 글의 수와 삶의 질은 비례하는 것 같다. 똥똥하게 부은 온 몸을 이끌고, 올림픽 공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성내천이 녹아 곳곳에 얘들이 이러고 다닌다. 유유자적, 부럽다 얘들아.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2.22
그렇다. 난 그녀와 사진을 찍고야 말았다. 여고생처럼. 소심하게 저...사진 좀!을 외쳐버리고야 말았다. 이로써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연예인과의 사진이 되겠다. 시종일관 편안하고 마음 깊은 곳을 숟가락으로 한번 퍼내는 듯한 노래들~을 들으며 오늘의 피로를 날려버렸다. 얏호. 듣고 싶었던 벽, 삶은 여행 마저 불러버리셨다. 속좁은 일상_시즌1 201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