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삶은 여행

햇빛 한자락 들지 않는 나의 방에서 벗어나 통유리로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카페 자리에 앉아 거의 한나절 동안 미뤄두었던 몇가지 일을 해-치우고! 그러나 아직 치우기까지는 하지 못하고,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하며 한 줄 적는다. 무려 1-2년 전만해도 늘 시끄럽고 사람이 가득했던 이곳은 아마도 엄청나게 경쟁적으로 생긴 카페 열기에 밀려 제법 한가했다. 새로운 환경은 가끔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때가 있어 오랜만에 이곳에 왔다. 이상은의 불후의 명곡 그것도 ㅅ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질문했을 때, 난 주저하지 않고 삶은 여행~을 떠올렸다. 이상은이 말하는 것같아 좋고, 조금은 사춘기스런 풋풋한 노래가사도 좋다. 그리고 요즘 내 삶과도 조금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좋다.

부권상실의 시대

예수님이 오신 기쁜 날인데,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밤새 뒤척였다. 바야흐로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개인적으로 올해를 '부권상실의 시대'라 이름붙였다. 혹자는 없느니 못한 부권을 갖느니보다는 오히려 상실한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아마 한 3년 전쯤의 나라면, 아니 1년전쯤의 나라면 그 말에 쉽게 동조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해보지 못한 대상에 대하여, 상실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기득권의 여유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나에게 첫번째 부권, 생물학적인 부권인 아빠는 우리가족 모두에게 아픔과 고통의 대상이었다. 이미 나에게는 남아있지않은 그에 대한 미움과 부담감은 사춘기 때부터 얼마 전까지 나를 이끈 감정이었다. 그가 팔 한쪽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누워있던 지난 2년 정도의 시간은 이 모든 감정을 해독하..

그의 시선

김의 조카 1/2/3번은 모두들 개성이 넘치는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강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분이 계시다. 이번에 만났을때, 그는 나의 디카를 빼앗아 이러저러한 사진을 찍어놓으셨다. 가만히 보니 꽤나 잘 찍은게 많더이다. 어른들은 찍을 수 없는 재밌는 사진 몇장! 똠방하게 짤려있다ㅋㅋㅋ 멋지게 찍은 사진도 있다. (어느 새 밤이 되었다. 이때까지도 그는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신랑 신부가 모두 카메라를 쳐다보며 웃는 자연스런모습.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은 이거! 대단원의 막을 내릴 시간.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 이렇게 보니 정형돈을 닮은 것도 같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