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스승님과의 대화

우리가 뭐 살뜰하게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만, 오랜만에 만나니 할 이야기가 제법 쌓여있었다. 그는 조금 더 편안해보였고, 우린 조금 더 자랐다. 그의 말을 예전보다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에 있는거 다 사라질 거라고 이야기해도 고개는 끄덕끄덕하지만 마음으로 동의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가져보지 못했으니 가져보고 그런말 해야지 한단다. 하지만,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모두들 긍정하며 깊이 공감해준단다. 그래서 많이 위로가 되신단다. 그 말이 나를 비춘다. 가져보지 못한 것,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욕망으로 내 삶을 조금씩 채우고 싶어한다. 조금 더 노력하면 뭔가 이루어지겠지, 소유할 수 있겠지의 유혹이 자꾸..

대화

-김, 요즘 우리 너무 대화가 없는 것 같애. -응 내가 요즘 너무 멍했지? 그럼 이제부터 우리 대화하자. -.... - 나도 이것만 얼른끝내고 너랑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오늘 퇴근하면서도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왔어. -......(점점 일그러짐) -호, 무슨 대화 할까? -(폭발 직전) 끙! -왜 그래 호? 대화하고싶어. (이후의 폭발 상황은 생략) 제발. 제목말고, 내용을 채우세요.

싸움

우리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사실은 둘 중 누구의 탓도 아님에도, 가끔씩 일상이 지치고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느낄 때에는 어디론가 이유와 핑계를 대고 싶은 맘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예전처럼 전열을 불태우며 외부의 대상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고요한 요즘, 오히려 태풍의 눈에 있는 것 같다. 내적으로는 엄청난 풍파가 일고 있으니까. 열심히 행동하고 손발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생생한 시간과 에너지를 몽땅 경제적인 안정을 얻는데에 쓰는게 싫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 줌의 용기가 필요하다. 안정에 발목잡히지 않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눈앞이 암담하고 도무지 앞으로 나갈 기미가 안보이는 배 안에서 내가 가끔 되뇌이는 본 훼퍼의 말을 떠올려본다. 자유는 사유의 비..

철쭉 단상

지금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적 국민학교에서는 각 반별로 경쟁적인 환경미화를 하곤했다. 물론 그 환경미화는 오롯이 부모님의 몫이었으며 대표적 아이템은 화분이었다. 새 학기가 3월이니 대표적인 꽃 화분은 철쭉이었고 색도 화려하고 양도 많아 학급 환경미화에 제격이었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꼭 누가 사왔는지 한번씩 이름을 불러주곤 했다. 이럴때를 생각하면 난 온통 의기소침해지는 기억들 뿐이다. 울엄만 예나지금이나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방학숙제 한번 도와준 적도 없으며 물론 학교에 찾아오거나 담임 쌤과 특별한 인사를 나눈 적도 없다. 지금이라면 이렇게도 오버스러운 일들이 조숙하고 예민한 초등학생 나에게는 무언가 결핍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곧 아이들의 의기양양을 보..

움직임

미술과 책, 영화로부터 시작된 나의 취미는 최근 무용과 건축, 음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음악은 집에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만한 스피커가 생겼기 때문에 더욱 증폭 되었고, 과거 움직이지 않는것이나 볼 수 있는 것에 제한 되어 있던 나의 눈이 이제 인간의 몸과 신체의 움직임이라는 구체적 물질성으로 이동하면서 무용과 연극을 과거보다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숨과 움직임 무게가 나를 꽤나 숙연하게 만든다. 또한 그들이 모이고 엇갈리는 장소나 공간에 관해서, 움직이는 대상으로 조금씩 확장 혹은 변화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일상적 사건과 장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스티벌 봄의 작품들은 나의 모든 오감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좋은 시간이다. 잉여적인 삶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