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졸업

유산균발효중 2012. 2. 28. 19:33
가끔씩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여겼던 일이 일어날때가 있다. 
난 아직 그런 종류의 비일상성을 잘 받아들이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와 싸인해달라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오늘 있었던 비일상적일은 이런 종류와도 조금 달랐던 것이,
내가 늘 바라고 있었지만 이루어질것이란 희망과 소망이 더이상 남아있지않던,
고로 어떠한 갈망이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던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어대면서도 난 이 일이 지금 나의 현실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웠을때,
피로와 바이러스와 감기로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을 꽁꽁 묶었을때.
그때에야 비로소 조금 늦은 현실감이 다가왔다. 

아 맞다. (이건 주로 김의대사!)
난 이렇게 졸업을 하고야 말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독하다고 했다. 
맞다. 난 그것도 아주 뒤늦은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에야 깨달았다. 
아무려면 어떠냐.
그냥 난 무사히 졸업을 했을 뿐이다. 
엄청나게 큰 산과 그림자가 걷히고 이제 맑은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난 나의 현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 
아니 조금 더 눈물이 흘렀다. 
감격 혹은 감사라기 보다는 독한 나에게 바치는 약간의 제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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