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만우절에 봄_ [A voyage to silence 1_ 강소영 展]

일종의 항해 일지와 같은 전시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며시 다녀오는 여행처럼.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독도, 서해의 백령도 등 외딴 섬들로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금문도, 남극의 킹 조지 섬까지 전시장은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갤러리 조선이라는 안국동에 새로 생긴 갤러리인데, 지상층은 아직 공사중이고 지하와 옥상만 사용한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전시 전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가의 항해 노트가 써 있다. 모비딕이나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항해노트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메인 전시장인 지하로 들어서는 길은 검은 천으로 숨겨져 있다. 바다로 들어서는 길은 언제나 신비와 어두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다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

[King's Speech]

아카데미의 착하디 착한 영화들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 한편을 봐야겠다는 충동질로. 냉큼 츄리닝바람으로 달려갔다. 배우들의 연기 빼면 별것 없는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면 조금은 무리이겠으나, 인물이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화면구성과 화려하지만 따뜻한 무늬의 벽지와 여백이 가득담긴 장면포착에 포인트가 있다고 하겠다. + 미확인 비행물체에 필적할 만한 마이크 앞에선 주인공의 심정이 잘 느껴진다. 그에비해 버벅 버티가 훌륭한 연설가로서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말더듬이를 고쳐나가는 과정은 다소 뻔하다. 인상적인 장면은 히틀러의 연설장면이다.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나 괴벨스의 연설을 생각해볼때, 히틀러만큼 선전의 기술을 발달시킨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리라. 늙어버린 가이피어스 흑흑 제..

[Black Swan]

1. 대런 아로노브스키에 관한 기억 레퀴엠을 어두침침한 친구의 자취방에서 보았을때, 환각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며칠이 걸렸더랬다. 그 영화를 보고 불현듯, 중학교때 트레인스포팅을 보고 남았던 잔상들이 떠올랐다. 그의 다음 작품은 그래도 기대되었다. 2. 블랙스완이 나탈리포트만을 내세운 홍보는 영화를 대중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거 같다.ㅋㅋ 그래서 미국판과 포스터의 분위기가 사뭇다르다. 3. 정신분석 비평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과도하게 많이 지니고 있다. 순수하고 노력파인 주인공이 예술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광기와 악을 배워가는 과정이란 설정과 스토리 라인은 저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된 예술에 대한 너무 고루한 관점일진데,. 그럼에도 이 영화가 놓치지 않는 집착과 감각적 영상. 뻔한 스토리라인을 이..

[late autumm,2010]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야기의 절정이 어디인것 같은지 뚤뭇에게 물어보았다. 뚤뭇은 포크싸움?이라고 말했다. 서로 아무런 사정을 모르지만,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아마 뚤뭇은 수컷의 세력 다툼에 대해 이야기 한 것 같지만..ㅋㅋ) 이 장면에서 그녀의 감정은 폭발하고 만다. 왜 이사람의 포크를 썼어요? 라며 흐느낀다. 나의 절정은 둘이 놀이 공원에 가서 범퍼카를 타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싸우는 커플을 마치 영화를 보는 사람들처럼 더빙하는 장면이었다. 정확히는, 그 커플이 티격태격하며 헤어지는 듯 하다가 결국 뮤지컬과 같은 한장면(이 장면은 흡사 룸바를 떠올리게 한다.)으로 바뀐다. 어느새 무용수가 된 두 남녀는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하다가, 결국 헤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끌어안고 하늘로 ..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박영돈, IVP]

작년초였나? 사경회에 오셨던 박영돈 목사님의 책이 나왔다. 이분, 인상만으로도 일단 숙연하게 만들며ㅋㅋ 조금 기도원 필~이 물씬 풍기신다. 전에 오셨을때 하셨던 성령에 대한 말씀이 꽤 인상적이고 명쾌했는데, 이분의 책이 IVP에서 나왔다. 제목하야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부제는 한국교회 성령운동,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성령님과 성령의 사역에 대해 궁금하거나 잘 이해되지 않거나 치우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하나님의 치유를 기대하며 기도하는 이들에게도. 그 뿐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알길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이 책은 한국의 교회 분위기상 뒷담화로만 나눠지는 성령운동이나 사역에 대해 공론화, 그것도 매우 지적인 통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는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Dong]인간, 존엄.

자기가 자랐던 도시의 노동자들을 화폭에 그려넣는 화가 힘든생활을 해도 육체의 아름다움은 드러나게 되어 있어 요 # 차는 물에 잠겼는데 너무도 고요하다. 위험하지 않아요, 자주 있는 일이에요 # 지아장커의 시선이 느껴지는 장면 떠들썩한 집안에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노인 주름이 너무 깊어 흐르는 고인 눈물이 눈에 띄지 않지만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 방콕에서 그림 인간의 신체와 얼굴 모든 것이 낯설어보이는 곳에서 # 예술에 종사하는 건 겉에서 보기에는 자유로우니까 좋아보이죠. 시작하게 되면 고민이 많은데, 이런 고민은 보이지 않죠 슬픔이나 고통은 형체가 보이지 않죠 너무 자유롭기 때문에 한계가 없죠 그 작품이 객관적으로 잘됐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어요 예술로 뭔가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그건 ..

[환상의 그대,2010]

동상이몽을 주제로 한다는 면에서 홍상수와 가까이 있는 우디알렌. 어긋나는 운명과 남들은 다 아는데 자기들만 모르는 모순덩어리 선택을 하며, 스스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착각하는 인물들의 속물근성도 여전하다. 진실이 아름답다는 말이 얼마나 착각인지를 나레이터로 등장하여 확실히 알려주시기까지 한다. 나의 실수와 판단 착오를 운명에게 책임전가하고, '아, 인생이여!'를 연발하지만 착각이나 환상이 없다면 어떻게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 우디의 재치. 헬레나와 조나단이 핑크빛 미래를 약속하는 벤치에 쓰여진 글귀 'foggy years' 원제와 포스터가 참 맘에 드는 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