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EXTRAS_홍성민] 교차로

만나기도하고 떠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하고 때론 멀어지기도하고! 20명 남짓한 배우들이 무대를 누빈다. 어떤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 자신의 출현시간이 되지 않은 이들은 무대 뒷편에 나란히 준비된 의자에 앉자 자신의 역할을 준비한다. 물을 마시기도하고, 옷을 갈아입기도하고. 자신이 무대에 등장해야할 시간을 재기도 하면서. 홍성민의 는 말그대로 엑스트라들의 무대이다. 각각 20개의 연극에서 단역을 맡고 있는 배우들이 한무대에 모였다. 자신들의 극에서 사용하는 의상과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채.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과 인물을 연기하고있다. 치밀하게 계획되었다고 하기에는 툭툭 끊어지고, 연출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럽다. 어쩌면 수학적인 치밀함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많은 배역들..

나쓰메 소세키_한눈팔기

 소세키의 변치않는 주제인 인간의 존엄성과 그 뒤에 숨겨진 치졸함에 대한 끝없는 집착. 또 다시 나의 인간됨에 대해 바라보게 만드는 그의 소설.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안고 불안하게 미래를 응시하며 동시에 피폐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겐조는 지적이고 추상적인 세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흑흑/ 눈이 조금 더 머문 몇 곳. 겐조는 자신과 청년의 거리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그 기생과 똑같다.' ... 과거의 감옥생화 위에 현재의 자신을 쌓아올린 그는 반드시 현재의 자신 위에 미래의 자신을 쌓아올려야 했다. 그것이 겐조의 인생관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보면 올바른 생각 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인생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지금의 그에게는 헛되이 늙..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_최근 본 몇몇 전시에 부쳐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 최근 더 주목받고 있는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이다. 미술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여가 활동의 새로운 장이 필요한 가족 단위의 관람자들에게 미술관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 The Curator as Creator_Jens Hoffmann 4월 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렉쳐프로그램은 옌스 호프만이라는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소의 디렉터가 자신의 전시 삼부작을 소개했다. '문학의 눈을 통해 보는 미국사'라는 제목으로 이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을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미술과 문학, 영화, 공연, 음악을 총망라하는 전시에 대한 설명은 다른 주제로 쓰도록 하겠고, 여기서는 전시장이 어떻게 아카이브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한강변의 타살

,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1968.10.17, 오후 4:00-6:00, 제2한강 교 아래 강국진은 2명의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제2 한강 교 아래에서 기성미술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들은 먼저 한강에서 물을 길어온 뒤, 모래사장에 각자가 들어갈 만한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작가들이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면 관객들은 모래로 구덩이를 메우고 그 위에 사정없이 물을 퍼붓는다. 다시 작가들이 구덩이에서 나와 각자 몸에 비닐을 걸치고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실명자’(문화 공포증자), ‘문화 기피자’(관념론자), ‘문화 부정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수’(정치 작가), ‘문화 곡예사’(시대 편승자)라고 쓴다. 큰 소리로 그것을 읽은 뒤 그들은 그 비닐들을 모아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