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나쓰메 소세키_한눈팔기

유산균발효중 2011. 4. 5. 01:31

소세키의 변치않는 주제인 인간의 존엄성과 그 뒤에 숨겨진 치졸함에 대한 끝없는 집착.
또 다시 나의 인간됨에 대해 바라보게 만드는 그의 소설.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안고 불안하게 미래를 응시하며 동시에 피폐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겐조는 
지적이고 추상적인 세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흑흑/




눈이 조금 더 머문 몇 곳.

겐조는 자신과 청년의 거리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그 기생과 똑같다.'
...
과거의 감옥생화 위에 현재의 자신을 쌓아올린 그는 반드시 현재의 자신 위에 미래의 자신을 쌓아올려야 했다. 그것이 겐조의 인생관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보면 올바른 생각 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인생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지금의 그에게는 헛되이 늙어간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결과도 가져다 주지 않을 듯했다.
(p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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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기억들은 그를 득의만만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슬프게 만들었다. 격세지감이라는 진부한 말로 가장 잘 드러나는 감정이 가슴에서 솟아났다. 
...
옛날의 겐조는 가난하기는 했지만 세상에 홀로 서 있었다. 지금의 그는 절약하고 절약하면서 여유 없는 생활을 하는 데다가 주위 사람들은 그를 쉽게 돈을 잘 버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는 고통스러웠다. 자기 같은 사람이 친척 가운데 가장 출세했다고 여겨지는 것은 더욱 더 한심했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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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겐조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그 애정 속에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있었다. 
...
그들은 그 불순함 때문에 벌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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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음 속에는 죽지 않은 아내와 건강한 갓난아기 외에 일을 그만둘 듯하면서 못 그만두는 형이 있었다. 천식으로 죽을 듯하면서 아직 살아 있는 누이도 있었다. 새로운 지위를 얻을 듯하면서 얻지 못하는 장인도 있었다. 시마다의 일도 오쓰네의 일도 있었다. 겐조와 이 사람들과의 관계는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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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잘됐어요. 그 사람 일은 이걸로 매듭이 지어졌으니.
-뭐가 매듭이 지어졌어?
-하지만 저렇게 증서를 받아두면 안심이죠, 이제 찾아올 수도 없을테고, 찾아온들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이잖아요?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어.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었으니까
...
-그렇게 간단히는 안 끝나.
-왜요? 
-끝난 건 겉모양뿐이잖아. 그러니까 당신을 형식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라고 하는거야.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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