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우포늪에서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소가 길 중간에 멈춰서 끄억끄억 울어댔다. 소의 울음소리를 그렇게 크게 가까이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저러다가 늪으로 뛰어들 것 같아보였다. 소를 몰던 할아버지의 말로는 소가 너무 더워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한단다. 소는 사람에게 말을 한다. 그 말은 소와 함께 하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다. 주인에게 투정부리는 소의 목소리. 한참이고 들어보았다. 우포늪의 소를 보며, 예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불교를 형상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조금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소의 연기와 여백 가득한 화면이 좋았다.

김종학展_국립현대미술관

자연 앞에서 인간은 늘 작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화려한 색을 사용해도 스산하고 외롭다. 지리산에 머물며 그렸다는 그의 그림들은 구상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상상화에 가깝다. 기억에 의존하는 상상화. 그리고 쓸쓸하다. 실제 그의 작품들은 매우 큰 사이즈이다. 그래서 압도당한다. 자연 앞에 서 있는 인간처럼. 마치 비현실처럼 다가오는 자연 앞에 서있는 느낌이다. 비온 후의 과천은 너무 청량했다. 오월의 마지막날. 그녀와 데이트하다.

[무산일기]

마음이 스산하다. 특별한 음악이나 카메라의 기교 없이 그렇게 끝나버린 마지막 롱테이크 5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개봉일부터 보려고 찜해두었던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덤으로 감독과 배우들까지 보았다. 하지만 영화에 너무 몰입되었던 나머지 그들을 마주하며 웃는얼굴로 인사하는게 힘들었다. 이창동의 연출부였던 이력 탓인지, 신인감독치고는 너무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다. (이창동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오아시스, 종교와 인간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밀양: 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그리 새롭지 않은 이야기였음에도 자연스러운 연출과 소박한 소재를 통해 뛰어나게 마름질하였다.) 올해 본 한국 영화중에 단연 최고였다. 때론 조금 이야기가 조금 넘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승..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009_부지영]

이번에 JIFF에서 상영한 은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골고루 좋았나보다. 부지영이란 감독의 영화인데, 이 감독 주목할 만 하다. 꽤 빵빵한 조연출 시절도 겪었고, 데뷔작도 주목받았지만 아줌마로서의 삶에 매진하다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독립영화들, 저예산영화들이 최근 몇년간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 모습은 꽤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물론 헐리웃 영화나 한국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본 한국 영화들 중 재밌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저예산 독립영화들이었으니 말다했지. 그녀의 꽤 화려한 영화인 를 찾아보았다. 화려한 이유는 단지 캐스팅의 측면에서. 이 영화 여성영화제인지 퀴어 영화제인지에서 상영되었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주제를 축소할 필요는 없을 것..

[응시] 권진규의 삶과 예술에 관한 연극

권진규의 삶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응시]라는 연극을 보았다. 작년 초 덕수궁 미술관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그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게 했고, 권진규의 작품세계와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연극이었다. 꽤 집중을 필요로하는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대사들이 많았는데, 연륜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무대 연출, 그중에서도 무대 영상이었다. 권진규의 필체나 작품들을 프로젝터로 무대 뒷벽 전체를 사용하여 나레이션과 함께 흐르게 하였는데, (흐른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사진으로 보았던 권진규의 아뜰리에를 재현한 무대의 분위기도 통일감있었다. 그를 비운의 조각가라고 부른다고하는데, 그의 비운은 외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