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Jenny Holzer @국제 갤러리 (9/8-10/16)

벼르고 있던 몇몇 전시들 중 하나는 제니 홀저. 그녀의 작업은 장소특정적이며 공공미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프로젝션에서 나오는 딱딱한 글씨의 일시성에 꽤나 사색적인 내용의 텍스트를 제공함으로서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번전시에서는 주로 LED와 라이트프로젝션 작업이다. 일상적인 광고, 뉴스, 예술작품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뉴욕시내 중심가의 건물 벽에 소설이나 시 등을 차용한 텍스트를 거대한 빛으로 쏜다. 초기 작품은 선동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본 작품들은 메시지에 주목하게 한다기 보다는 건물과 텍스트가 쓰이는 특정 건축과 장소에 주목하게 한다. 60년대 초반에 조명기구를 사용해 작업했던 댄 플래빈이나 도날드 저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의 작업은 대리석에 새긴 ..

[박이소: 개념의 여정展] lines of flight

2014 박이소 사후10주년 기념전의 준비 일환으로 박이소의 드로잉을 전시했다. 기획이나 의도는 뛰어나지만, 어쩌면 꽤나 심심하고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듯한 느낌의 전시이다. 그러나 박이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기다려질만한 전시. 드로잉은 작가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정제되지 않아서 꽤나 흥미진진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푸코를 공부하며 들뢰즈의 탈주의 선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이소는 늘 이런 점에서 통찰을 준다. 그러고 보니 푸코의 파르헤지아를 공부할 때도, 이영철 선생님이 쓴 박이소 전시 글을 꽤나 탐독했던 것을 보면, 푸코와 박이소간에 뭔가 보이지 않는 선긋기가 가능할 것 같다. 다음은 전시 도록에서 가져온 글인데, 이 포스팅의 제목이기도 하며, 김장언 평론가가 쓴 글의 일..

일상을 발견하는 몇 가지 방법

일상을 발견하는 몇 가지 방법 동시대미술이 보여주는 일상성의 담론 일상성의 출현 늘 되풀이 되는 매일, 혹은 날마다를 나타내는 '일상'이라는 말은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성은 현대인들이 가장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이상한 물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르페브르의 말처럼 일상성이라는 말은 동시대의 관람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자 집착의 대상마저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일상적이어서 그 속성을 찾기 힘든 이 말로부터 우리는 동시대 미술이 천착하고 있는 일상성의 향연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성의 등장을 통해 예술은 화이트큐브에 머무는 엘리트들을 위한 시각적 유희에서 벗어나 소수의 특정한..

박수근과 조덕현 @ 박수근미술관

인상적이었던 조덕현의 작품을 보려고 찾았는데, 작품도 많지 않고 공사때문에 어수선한 미술관의 분위기 때문에 전시가 산만했다. 전시의 기획이나 의도는 좋은데, 더 내실을 기했더라면 멀리서 오는 관람객들에게도 만족을 주었으리라 싶다. 그래도 박수근 미술관은 참 좋은 공간이란 생각에는 변함 없음. 조덕현의 작품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변함 없음. 스스로에 대한 반영+ 캔버스의 물질성에 대한 반영+ 여성이미지에 대한 반영+ 박수근에 대한 반영 reflection+

오늘의 프랑스 미술@과천현대미술관

종 잡을 수 없는 형식으로 치닫는 난해한 현대미술의 중심에는 프랑스 철학이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6명의 동시대 프랑스의 젊은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제목처럼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없는 개성강한 이들을 확인하는 장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품은 단연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가 전시장 사이의 커타란 공간에 설치해놓은 음악과 조형예술의 결합물이었을테다. 물위에 떠다니는 서로다른 크기의 그릇들이 마주치며 내는 소리는 마치 명상음악을 듣는 듯 고요하고 청명했다. 이것이야말로 유럽을 대표하는 '서구'가 주목하는 동양적 불교와 명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하겠다. 예전보다 미술관에서 보는 영상매체에 좀 더 호의적이 된 나는 전시 대표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한 로랑 그라소의 작품에 ..

[Joseph Beuys-The Multiples]

플럭서스. 예술이라는 금단구역을 어떻게든 파괴시켜보고자했지만, 동시대 관람자들에게 플럭서스는 물음표만 던져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말이다. 이들의 몸짓이나 작업이 그 자체만으로 이해되어도 충분한데, 깊은 의미를 찾으려하는 클래식의 관람자들에겐 난해함으로 낙인찍힌다. 요셉보이스. 플럭서스의 핵심축에 있는 사람. 백남준은 생전에, 그것도 젊은 요셉보이스를 보게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고 워홀은 보이스의 초상을 밀리터리로 멋지게 작품화하기도했다. 아마도 우리가 보는 건 요셉보이스이기보다 '요셉보이스의 초상'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때론 워홀이 때론 백남준이 떠오른다. 보이스의 전면적임과 극단적임만큼이나 슈퍼스타의 명성을 얻긴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냥 작가들의 작가, 전위예술가들의 예술가라는 작위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