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Le radeau de la Méduse

ArtisteThéodore Géricault Date1818-1819 Techniquepeinture à l'huile, toile sur bois Dimensions (H × L)491 cm × 716 cm LocalisationMusée du Louvre, Paris 이번주 동안 우연하게 두번이나 마주쳤던 이 그림. 설명이 필요없는 이 그림에 대해, 낭만주의자들의 그림에 다소 지루함을 느끼는 나로서는 제대로 눈과 마음을 주지 않았었는데, 이 우연한 마주침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달까. 19세기 초 아프리카 식민지를 개척 할 목적으로 프랑스는 군함 3 척을 마련했다. 그 3 척 중 하나였던 메두사 호, 이 군함의 선장은 귀족출신으로 식민지에서 부를 축적할 생각에 항해에 관한 지식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메두..

Musée du quai Branly

에펠탑 바로 옆, 세느 강변에 위치한 이름 그대로 "브랑리 강변 미술관", (쓰고보니 정겨운 이름이구만) '케브랑리'는 자크시락 시절에 이곳 대통령들이 재임시절 굵직한 건축물 만들기 '전통'?에 따라 야심차게 기획되었단다. 문명과 예술이라는 꽤나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미술관 수준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문명의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이 많은 전시물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생각하니 약간 아찔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을 둘러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뭐 여전히 끊임없는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한다. 레비-스트로스 씨어터 이름도 차암 어울린다! 그런 논쟁은 여기서 다룰 내용과는 너무 멀리 있으며 너무 거대하니 차치하고, 자신의 컨텐츠가 아닌 남의 나라와 대륙의 여러 상징물과 유산들을 모아다가 삐까뻔쩍 내 놓은 이들..

Nuit des musées 2013

이곳에 와서 생각하게되는 여러가지 이슈들 중, 우리의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단연 문화컨텐츠이다. 늘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들의 유서깊고 잘 보존된 문화컨텐츠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별거 아닌 내용물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여(?), 엄청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알고보면 이들 고유의 아이디어나 유산이 아닌 것도 많다. 공장을 세우고 도시를 현대화하기 위해 구닥다리 마을과 보기싫은 옛 모습을 헐고, 기계를 닦아 조이고 기름칠하고 있을때, 얘네들은 구닥다리 무언가에 옷입히고 색칠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없어진 것을 만들어 낼 수 없겠지만, 지금 흔한 것 그래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보존하려 하지 않는 그런 예술들이 언젠가 우리의 역사를 쓰는데 중..

Danse à la-

르느와르의 그림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내 키를 넘는 캔버스를 마주하여 그가 사용한 행복하고 따사로운 색을 바라보노라니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게다가 이렇게 똑똑한 배치라니. 한참이고 물끄러미 서서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campagne의 그녀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평소엔 입지 않았을 법한 붉은 꽃무늬가 프린트된 드레스를 입고 사랑스러운 빨간 모자도 썼다. 장갑과 부채는 다소 과해보이지만, 한껏 멋을 부리며 이 자리를 준비하다 보니 좀 힘이 들어갔다. 아마도 그의 것인 듯한 보이는 황토색모자는 흥겨운 춤사위 때문에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차라리 잘 되었다. 그의 얼굴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니까 ville의 그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좀 더 수동적이다. 이 춤의 주..

Gerhard Richter , Painting

작업이 너무 강렬하고도 완결적이어서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리히터라는 사람. 작품을 넘어선 그의 생각과 작업 방식을, 아르떼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고 있었다. 리히터의 작업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 벽을 차지하는 캔버스를 여러색으로 여러겹 덧칠하고, 엄청난 물감을 덧입힌 스퀴즈로 긁어낸다. 안셀름 키퍼 식의 두꺼운 표현주의이건, 리히터 식의 추상 혹은 구상 혹은 사진이건, 우리에게 다가오는 충격의 크기는 비슷하다. 아무리 리히터가 회화의 역사나 회화의 진실성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작품 그 자체라는 반쪽의 진실 뒤에 숨겨진, 내가 본 여든살 노장의 작업 모습은 공사판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검고 땀에 찌든 육체같았다. 마치 바닥 가득히 캔버스를 펼쳐두고 맘..

Zadkine

금요일 오후의 업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하여, 자드킨 미술관에 들렀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목에 있기도 했고, 마침 비도 와주어서, 작고 아담한 미술관을 둘러보기엔 적격인 타이밍이었다. 국적 모를 이름을 가진 러시아인 오십 자드킨이 만들어 놓은 인물들은 마치 그의 자화상 같은 얼굴을 가졌다. 길쭉하고 굳게 닫은 입술과 긴장된 표정이 지상에서 떨어져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하나같이 생명력과 굳은 삶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파괴된 도시를 위한 조각상, 의 경우 더더욱) 강렬한 큐비즘적 요소에 조각만의 단순화 된 색이 공간과 빗물과 어우러져 가장 아름답고 고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스팅과 카푸어

명불허전이라는 식상한 수식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번 전시는 그의 시대별 대표작들이 모두 포진해있어, 한국의 관객에게 그를 소개하기에 더 없이 좋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어제 Sting in Berlin을 보며 마담 문에게 스팅이 불가지론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는데, 아마 오늘 본 아니쉬 카푸어도 불가지론자일 것 같다.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다분히 종교적이고 명상적인 작품들 하며, 어떤 영적 경지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그에게 있어 신은 거대한 영적인 무언가이자, 보고 듣고 만질 수는 없지만 질료로서 존재하는 것일게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은 무언가를 반영하지만 규정하지 않고,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며 의심하도록 권고한다. 질료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전시장에 있는 몇 안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