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H-C-Bresson @Centrepompidou

3월초까지 하는 초현실주의와 오브제 전시를 보기위해 퐁피두에 갔는데, 브레송 전을 하고 있는 옆 전시장에서는 심지어 계단까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외워버릴 만큼 많이 본 그의 작품을 굳이 전시를 통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시는 '결정적 순간'의 예술작가로서의 브레송보다는 지금 여기에 사는 이들을 담은 사회적 보도사진으로서의 브레송에 방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린 시절의 데생,만레이와 같은 초현실주의 작업을 시작으로 시적인 예술사진은 물론 장 르느와르와의 영화작업들, 라이프지 시절의 보도사진까지 참으로 방대했다.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던 그의 사진들이 1900년대 세계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소비에트와 공산권의 몰락이나, 간디가 죽었을..

cité de l'architecture

중세 고딕이나 르네상스,그리고 동시대에 이르는 건축의 양식들을 훑어볼 수 있는 이 곳. 뮤지엄이란 이름대신 시테를 사용한다는 상징성 방대한 자료들은 물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앉아서 보고 역사 속의 건물 사이를 산책하는 이 기분이란. 뭔가 대단한 역사의 현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달까. 누군가로부터 들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지점. 너희는 어떻게든 놔두고 고치고. 우리는 어떻게든 부셔서 새로짓는구나. 여러모로...

Musée Guimet

동양의 신비스러움과 아시아 여성의 다소곳함. 힌두교나 불교, 선에 대한 호기심, 한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미지의 영역을 정복한다는 그 시선. 어쩌겠니. 그래 참 잘해놓긴했다. 케브랑리보다는 도도함이 덜하구나. 아시아인들 조차도 모르는 아시아의 유물들을 대거 모아놓고 "incroyable"을 연발하다니. 여튼 타인의 눈을 통해 보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불편하며 그래도 언제나 알고싶다. 중국의 고대 유물 중에는 종교적이거나 실용적인 것이 아닌 오로지 유희만을 주제와 목적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었으며, 일본의 이 다소곳한 커플의 선과 색은 눈코입큰 애들에 질린 내게 숨구멍을 내 주었다. 뭐 그렇대도 아시아 예술을 모아놓은 이 미술관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 사진과 다를 바 없다. 그리스 신전에 모아놓..

A.Peterson

강렬하고 폭력적인 그러나 자유로운 이미지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전시장 말미에 상영되고 있던 그의 제자가 찍은 다큐멘터리는 그의 작업과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미간을 찡그리며 봐야만 했던 그의 피사체들이, 그가 함께 살고 만나고자 했던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그는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데 들이는 노력보다, 그들과 대화하고 친구가 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삶의 조건이 하나하나 삭제되어가는 이들... 대표이미지는 cafe Lehmitz

살가도의 Genesis

다소 고루하며, 신화적 아우라를 씌우려는 의도가 명백한 이 전시 제목은 좀 그렇지만, 자연다큐 사진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살가도의 그것들은 이전 시리즈에서 사람이 서 있던 자리를 동물과 식물로 대체했을 뿐이다. 여전히 군집형태의 생명체,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거대한 배경이 있다. 커다란 프린트 사이즈와 장시간의 노출이 주는 흐릿함이 압도적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당황스럽게 주인공도 등장한다! 남극과 북극 아마존 마다가스카르- 이런 미지의 공간들이 주는 상쾌함과 약간의 서늘함을 느꼈고 그가 담아낸 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손택이 말한 그 시선으로 인해! 물론 기억하고 싶은 사진도 있었고 그리고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어 황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