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musée Gallo-Romain

갈리아 시대의 수도였던 리옹은 도시 곳곳에 고대의 유적들을 잘 복원, 보존해놓고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끈다. 로마 원형 공연장/경기장의 무너진 터 한쪽에 자리잡은 이 박물관은 인근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건물에서 떨어져나온 벽과 기둥, 건물 내부의 유적들로 가득했다. 유물 자체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 공간의 아름다움인데, 입구에서 전시장으로 내려오는 원주형 계단은 태양광이 비치며 마치 신비한 동굴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동선도 환상적인데, 정말 강물이 흘러가듯이 스윽 지나가면 어느새 전시장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다. 중간중간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 옆에는 통유리로 된 큰 창이 있다. 박물관이라는 죽은 자들의 공간이 저 밖에 살아있는 자들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보고있는..

NOUVELLES HISTOIRES DE FANTÔMES @palais de tokyo

아비 바부르그의 므네모시네 지도, 유령, 죽음과 애도,비탄의 영상으로 가득찬 그러나 아름다운 공간. Arno Gisinger의 사진들. 종려주일에 만난 파졸리니의 마태복음 http://www.palaisdetokyo.com/fr/exposition/nouvelles-histoires-de-fantomes Nouvelles histoires de fantômes est une installation bouleversante conçue par Georges Didi-Huberman et Arno Gisinger d’après le légendaire Atlas Mnémosyne de l’historien de l’art du début du XXe siècle Aby Warburg. Ce qui en ré..

Goya, Brugel

마지막 순간을 만끽.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검은 공간은 기록에 대한 집착을 가진 나 같은 사람에게 조용하고 깊은 숨을 내쉬며 오롯이 작품만을 바라보게 도와준다. 카프리스에만 바쳐진 이 전시는 가장 고야다운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성직자들의 타락, 전쟁과 가난의 창궐, 부조리. 그에게서 가장 완벽한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발견하다.

Le surréalisme et l'objet

1. 초현실주의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은 이해할 수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몽상가들이 만들어낸 설명 안되는 예술이라는 생각. 빈 캔버스 앞에놓고 서너시간씩 떠들 수 있는 사람만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 아니면 그 반대 극단에,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초자아가 만들어낸 무의식의 산물로 작품으로 보기보다는 그냥 어떤 결과물로 보자는 생각. 직관적으로는 이런 양 극단의 두 의견에 반대하지만, 예술은 곧 아름다움 (눈으로 보기 좋다+ 이해할 만하다)이라는 전제에 반론을 제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2. 이 전시는 이런 담론들을 영리하게 빗나가, 오브제만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대상으로 승격시킨 뒤샹과 초현실주의자들이 현대미술에 가져온 영향을 확증하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 이 전시를 거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