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김종학展_국립현대미술관

자연 앞에서 인간은 늘 작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화려한 색을 사용해도 스산하고 외롭다. 지리산에 머물며 그렸다는 그의 그림들은 구상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상상화에 가깝다. 기억에 의존하는 상상화. 그리고 쓸쓸하다. 실제 그의 작품들은 매우 큰 사이즈이다. 그래서 압도당한다. 자연 앞에 서 있는 인간처럼. 마치 비현실처럼 다가오는 자연 앞에 서있는 느낌이다. 비온 후의 과천은 너무 청량했다. 오월의 마지막날. 그녀와 데이트하다.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_최근 본 몇몇 전시에 부쳐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 최근 더 주목받고 있는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이다. 미술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여가 활동의 새로운 장이 필요한 가족 단위의 관람자들에게 미술관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 The Curator as Creator_Jens Hoffmann 4월 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렉쳐프로그램은 옌스 호프만이라는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소의 디렉터가 자신의 전시 삼부작을 소개했다. '문학의 눈을 통해 보는 미국사'라는 제목으로 이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을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미술과 문학, 영화, 공연, 음악을 총망라하는 전시에 대한 설명은 다른 주제로 쓰도록 하겠고, 여기서는 전시장이 어떻게 아카이브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한강변의 타살

,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1968.10.17, 오후 4:00-6:00, 제2한강 교 아래 강국진은 2명의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제2 한강 교 아래에서 기성미술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들은 먼저 한강에서 물을 길어온 뒤, 모래사장에 각자가 들어갈 만한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작가들이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면 관객들은 모래로 구덩이를 메우고 그 위에 사정없이 물을 퍼붓는다. 다시 작가들이 구덩이에서 나와 각자 몸에 비닐을 걸치고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실명자’(문화 공포증자), ‘문화 기피자’(관념론자), ‘문화 부정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수’(정치 작가), ‘문화 곡예사’(시대 편승자)라고 쓴다. 큰 소리로 그것을 읽은 뒤 그들은 그 비닐들을 모아 태..

만우절에 봄_ [A voyage to silence 1_ 강소영 展]

일종의 항해 일지와 같은 전시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며시 다녀오는 여행처럼.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독도, 서해의 백령도 등 외딴 섬들로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금문도, 남극의 킹 조지 섬까지 전시장은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갤러리 조선이라는 안국동에 새로 생긴 갤러리인데, 지상층은 아직 공사중이고 지하와 옥상만 사용한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전시 전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가의 항해 노트가 써 있다. 모비딕이나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항해노트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메인 전시장인 지하로 들어서는 길은 검은 천으로 숨겨져 있다. 바다로 들어서는 길은 언제나 신비와 어두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다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