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78

[악기들의 도서관] 불협화음의 교향곡

김중혁 김중혁의 작품들은 발표할 때마다 평균이상의 반응을 얻는 듯한데, 최근 작들은 이 책에서처럼 일종의 수수함이 잘 베어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단연 김중혁의 베스트다. (그래서 난 빠른 시간 내에 유명해진 작가들의 경우, 초기작을 선호하는 편이다.) 소설보다 먼저 김중혁이 쓴 한겨레의 칼럼을 읽고 사실 좀 실망했었더랬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편견을 깨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냥 평범한 그리 파격적일 것 없는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어쨌든, 책으로 돌아가서.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음악, 악기라는 하나의 줄기를 타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하나가 되는 교향곡처럼 혹은 CD의 트랙들처럼 연결되어 있다. 확실히 그의 글들은 군더더기 없고, 명쾌하며, 재치있다...

[은교] 욕망, 창조의 시작

박범신 갈망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를 단숨에 읽었다. 가끔씩 휙휙하고 소설이 읽힐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나보다. 박범신의 글은 구김없이 매끈하게 읽힌다. 그에 대한 유일한 기억은 . 이 책 역시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더랬다. 역시 인간의 육체와 자연에 대한 탐미주의와 욕망이라는 박범신의 주제와 만나고있었다. 가끔씩 겹쳐지는 소재들도 한 작가의 것임을 증명한다. 소재나 주제 면에 있어서 는 그리 새로운 소설이 아니었다. 이미 인간의 욕망에 관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고 읽어왔고, 중년이나 노년 남성이 소녀에 대해 가지는 판타지는 롤리타류의 소설로 분류될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로 대표되는 욕망의 대상. 즉, 죽어있는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는 죽은 시체 같은 육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도시에서 살아남는 몇 가지 방법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0 도시에서 살아남는 몇 가지 방법 2000년대를 정의할 만한 화두는 무엇일까? 문학은 8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이데올로기적 담론, 90년대의 자본주의와 인간소외라는 주제를 소중하고 진지하게 담아내왔다. 2000년대에 떠오른 전혀 새로운 주제와 문제의식들을 문학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을까? 나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을 추천한다. 문학동네에서 펼쳐놓은 은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성취임은 물론이고, 2000년대라는 동시대에 대한 문학의 사회적인 통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임에 틀림없다.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대답해 본다면, 2000년대의 화두는..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장석주의 《달과 물안개》중에서 이 시에 담긴 의미를 묵상해보며 시작하는 유월. 내 안에 담겨있을 수많은 천둥, 태풍, 번개가 그냥 스쳐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