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78

[위험한 독서] 활자중독증 혹은 난독증의 시대

김경욱. 참 치밀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로구나 이제까지 수많은 동시대의 소설과 영화가 말하던 이 군중으로부터의 유리와 배제였다면, 이 소설은 무가치한 무언가로부터 스스로 이탈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글자의 거대한 매트릭스에 사는 인물들은 매우 상징적인 소재와 내러티브로 둘러싸여있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한 낮 꿈과 같이 자신의 삶도 분리되고 이탈되기를.. 다른 목적에서 읽었지만 뜻 밖의 수확을 거둬들이게 해준 책.

[밤은 노래한다, 2008 _김연수]

1. 자아와 세계의 대립을 생각나게 했던 장면. 나는 그러저러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러저러 할 수 없었던 사연에 관한 이야기 . 국민부는 무엇이며, 조선혁명군은 또 무엇인지...나로서는 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만주에 사는 한, 나 같은 사람도 언젠가는 사람을 죽일 것이라던 나카지마의 말이 바로 이런 뜻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런 방면으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나는 한 줄 책에 실린 글귀에 위안을 받고, 퇴근하는 저녁 길에 머리 위로 떠오른 초승달에 행복을 느끼는사람에 불과했다. (46) 2. 마침내 고통을 대면하고 두려움없이 그리움 만으로 정희를 대할 수 있게 된 나에게 송영감이 던진 말 "젠장, 그런 결심을 하는 데 온 겨울을 다 보내야 하누? 겨우내 이번 봄에는 꼭 피어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꽃..

밤은 노래한다-김연수 (2008.12.18)

이야기의 응집력은 전작에 비해 약했지만, 그가 쓰고자한 역사는 높이 살만 하다. 알게된 몇가지 단상들 1. 역시 문학은 역사나 철학보다 한 수 위이다. 2. 우리나라 "간첩신화"의 시작-민생단 사건이었음 ---------------- 47-48 나카지마와 정희의 대화중 나카지마의 말 "인간이란 말이지, 더없이 하찮은 존재야. 군홧발로 뭉개면 그 자리에서 속이 터져 죽어버리는 벌레와도 같아. 그렇게 뭉개보면 아는데, 더럽기 짝이 없지. 그런 게 바로 진실이야. 진실은 네가 말하듯 그렇게 아름다운 게 아니야. 죽어버린 몸뚱어리를 쌓아놓고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야. 그 정도로 하찮기 때문에 서로 죽여버리기 위해 총을 잡는 거지. 더없이 하찮기 때문에 죽는 순간에, 죽이는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거라고 그게 바로..

[아프리카인_르 클레지오]

르 끌레지오의 소설과 에세이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작품. 뒷북치듯 이 사람의 읽어보지 못한 소설 너댓권을 몽땅 빌렸다. 이유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서도, 프랑스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하는 소설가여서도 아니다. (언제 불어로 소설을 읽어보랴.ㅠㅠ) 하여튼 르 끌레지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리라. 아프리카계의 엄마가 아닌 아빠를 가졌다는 것 (유난히 각지고 네모낳고 뭉툭한 그의 얼굴이 이해가 가는 대목!) 아프리카라는 곳이 그에게는 환상이나 추상적인 관념 혹은 정치적인 선택이 아닌 권위적이고 엄격해보이는 아버지와의 어색함에 대한 포용이자, 삶을 끌어 안는 곳이 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고 난 후, 아프리카에 대한 그의 시선은 꽤 따뜻하고, 살로 다가왔다. 끌레지오 이야기..

[천성_박경리]

가끔 난 늙으면 잔소리가 심해질 내 모습에 공포에 떨곤한다. 경리할머니 같이 따뜻한 글을 쓰는 이에게도 이런 천성이 있었다니. 그건 그렇고 2008년이 기억에 남을 만한 또 다른 이유가 되어버린 박경리 할머니.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에 실린 글 중. 쫙 폈을 때 나온 시. 마치 성경을 한번에 펴서 나온 부분이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 것처럼. 후훗 ---------------------------------------------------------- 천성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 안했다 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싫은 일에 대한 병적인 거..

낯설게하기_소격효과?!

브레히트가 위대한 극작가인 이유는 낯설게 하기 때문이라던데, 아직 그의 거대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겠는 나로서는 또 맘대로 감상하기로 빠져버렸다. 예상보다 꽤 통속적인 그의 희곡이 왜 그런 찬사를 받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그러면서도 언제나 비평과 작품 자체가 가진 괴리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여기서 잘 정리된 논문 한편 아하! 그렇구나 ============================================================ 낯설게하기(Verfremdung)이론의 미학적 의의에 관한 연구* 손 주 현** 머리말 현대 문명과 문화의 비인간적 속성에 대한 고발에서 아도르노나 호르크하이머 같은 비평가들은 전통적 미학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특..

Said said;

"고급문화의 미학적 생산물들이 그것을 배출한 사회의 정치적 제도들의 폭력과 불의에 대해 어떻게 그토록 쉽사리 무관심해질 수 있는가?" -에드워드 사이드 리더, 루틀리지 시리즈 읽다가. ------------------------------------------------------------ 텍스트의 세계성: 글렌굴드의 음악을 통해 텍스트는 니체이 말대로 권력의 산물 담론적 상황도 마찬가지 텍스트-독자 식민지배자-피지배자 텍스트의 물질성 -사실 texture에서 나왔으니까 즉, 텍스트를 이루고 있는 그물망들을 분석 그람시의 헤게모니 전문지식에 대한 숭배비판: 세속적비평 형식 제안 아마추어적 접근 지적 작업은 그것이 발생한 현실사회의 맥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해야한다 대부분의 문학이론은 텍스트성을 가능하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