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아프리카인_르 클레지오]

유산균발효중 2008. 12. 16. 10:15

르 끌레지오의 소설과 에세이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작품.

 

뒷북치듯 이 사람의 읽어보지 못한 소설 너댓권을 몽땅 빌렸다.

이유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서도, 프랑스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하는 소설가여서도 아니다. (언제 불어로 소설을 읽어보랴.ㅠㅠ)

 

하여튼 르 끌레지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리라.

아프리카계의 엄마가 아닌 아빠를 가졌다는 것

(유난히 각지고 네모낳고 뭉툭한 그의 얼굴이 이해가 가는 대목!)

 

아프리카라는 곳이 그에게는 환상이나 추상적인 관념 혹은 정치적인 선택이 아닌

권위적이고 엄격해보이는 아버지와의 어색함에 대한 포용이자, 삶을 끌어 안는 곳이 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고 난 후, 아프리카에 대한 그의 시선은 꽤 따뜻하고, 살로 다가왔다.

 

끌레지오 이야기는 담에 더 하기로 하고,

 

아프리카인에서 발췌한 이러저러한 장면들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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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흥분시키던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네와 전갈 사이에서 이루어지던 놀이에는 상대를 존중하는,거의 의례적이기까지 한 무엇이 있었다.

물론 그 존중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었다.

 개미와 마찬가지로 전갈도 그곳의 진정한 주민이었지만, 우리는 언젠가 떠날 운명인, 달갑진 않지만 그것들이 받아들여야하는 세입자일 뿐이었다.

우리는 결국 식민지 개척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p.41)

 

 

아프리카로의 여행은 그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었다. 근본적인 변화였다.

나는 떠나기 전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브르타뉴 지방의 소년들처럼 길게 기르고 있던 머리카락을 잘라야했다. 그 결과 귓가에 작열하는 햇빛을 바로 받는 고통을 감내해야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정상적인 남성 대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끔찍하던 편두통을 앓지 않을 것이며, 유아기에 겪은 그 발작적인 분노를 마음껏 터뜨릴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순간, 나는 어른의 세계로 통하는 대기실에 들어선 것이다. (p.60)

 

 


반면 그는 조각된 가구들은 프랑스로 돌아올 때도 가지고 왔다. 그 가구들 사이에서 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한 걸상 위에 걸터앉아 사전을 읽었다.

흑단나무 조각상들이나 청동방울들을 갖고 놀기도 했고, 자패로 오슬레놀이도 했다. 내게 조각된 나무들과 벽에 걸린 가면들은 이국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물건들은 내 안의 아프리카적인 부분을 구성했으며, 내 삶을 연장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설명하기까지 했다.

그것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이 그곳에서 살았던 세월, 행복했던 그 다른 세계에서의 세월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런 물건들이 그 내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자들에 의해 구매되고 전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그 물건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 가면과 조각상과 키 큰 나무의자들은 진정 살아있는 사물이 아니라 흔히 ‘예술’이라 불리는 죽은 껍데기일뿐이었다. (p.85)

 

 


그 아프리카는 타르타랭이 꿈꾸던 아프리카도 아니었으며, 존 휴스턴의 영화가 보여주는 아프리카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질병과 부족간의 전쟁에 무릎꿇은, 실제로 존재하는 아프리카이며 영국인들이 ‘아프리카 농장’이라 부르던 아프리카 였다.

 그러나 또한 수많은 아이들과 춤으로 흥을 돋우는 축제들이 있고, 길에서 만나는 목동들의 유쾌함과 유머가 살아있는 강렬하고 웃음 넘쳐나는 아프리카이기도 했다.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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