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78

들길에 서서

오늘 은혜 받은 시. 요즘 생각하는 나의 일상과 연약함 그렇지만 또 다시 살아간다는 것의 숭고함을 생각하게 해 주는 시. 왜 이런 시를 고등학생때만 읽었을까 싶었던 시.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Kandinsky 찾다가 발견

[칼럼] 그래픽 악보: 사운드와 이미지의 언어 AAA Swann Che, Music 1 (Gymnopedies), 2010. Image from generative software. 사운드와 이미지는 청각과 시각이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통해 인식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할 때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들을 때 시각적 상상을 통해 음악적 의미를 파악하기도 하며 시선의 경계를 벗어난 공간에 대해서는 소리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한다. 사운드와 이미지가 서로 간섭 혹은 조응하는 것에 대해 어떤 과학자들은 시각을 처리하는 뇌의 부분과 청각을 처리하는 부분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하나의 자극이 다른 감각을 동시에 활성화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공감각(Synesthesia)을 설명하는 근..

[사유의 악보] 후기랄 것 없는 단상

4월에 책을 손에 넣고부터 지금에까지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한 악장씩 읽어왔던 『사유의 악보』를 드디어 완독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가 품은 관심의 근원이 궁금했고, 어디로가는 길인지도 궁금했었다. 그의 이력을 보고 났을때 생겨났던 모종의 의혹, 미학이라는 분과학문, 이를 가장 확고하게 고수하려는 그 지점이 어쩌면 혼종성과 이질성으로 분류법에 관한 관심과 번역의 문제에 천착하게 했으리라는 의혹.-여전히 의혹으로만 남아있는 그 의혹을 잠정적으로나마 풀어보리라 생각했다. 랑시에르에 관해 그가 설명했을때, 조금은 해명되었다. 어쩌면 오독일 수 있으리라. 삶에 대한 질문과 회의가 지금보다 훨씬 많고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되었던 시절. 난 김승옥에 '현혹'되어있었다. 김승옥이 질문에 대해서 말했을때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분노하라]

난 꽤 분노가 많은 사람이다. 뭐 이런걸 다~할정도로 분노를 자주한다. "분노하라!"라는 할아버지의 말이 왠지 속시원했다. 이 책(강연록이라 해야 더 정확할)은 많이 읽힐 책이기보다는 많이 이야기 될 책이다. 지금 여기, 즉 2011년 7월의 한국사회와 너무나도 일치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책을 읽을때는 언제나 '그때나 지금이나'를 되뇌이게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선언적이고 선동적인 제목은 에셀 자신의 삶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진정성을 획득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저자에 관한 설명이나 인터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실천을 요구하는 연설문인 까닭에 정교한 논리나 이론은 헐렁하지만, 말은 언제나 그 화자가 누구인가에 귀속된 권리가 아니겠는가. ..

마르잔의 새책_<바느질 수다>, 휴머니스트, 2011

내가 사랑하는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새책이 나왔다. (블로그의 프로필 그림은 마르잔의 그림이랍니다!!) 페르세폴리스에서는 이란여성의 삶을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자전적 이야기와 잘 버무려 냈다면, 바느질 수다에서는 이란여성의 섹스와 사랑에 관한 솔직, 발칙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특히 페르세폴리스는 꼭 읽어봐야할 필독도서랄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이슬람 사회의 비화들을 심심치않게 듣는다. 정말??을 수없이 되뇌이게 만드는 이슬람의 여성인권에 대해 이 책은 역시 마르잔 식의 가감없는 발언을 들려주고있다. 비이슬람권은 편향된 시각으로 이슬람여성들을 수동적이고 핍박받는 대상으로만 그리고 있다는 점을 오히려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