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78

짧은 단상

책읽다가 공감가는 문장들 잠시 ㅁㅔ모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는 사이를 말한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그런가 보았다. 우리는 좀더 쾌적한 집과 좀더 많은 수입, 좀더 나은 생활을 동경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는가 보았다. 정말 귀중한 것은 값나가고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 숨쉬는 공기와도 같았던 것들, 가장 단순하고 값나가지 않는 것들, 평화, 우정, 따뜻함 같은 것들이었나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귓바퀴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진리가 어느 날 가장 생생하고 낯선 메시지가 되어 가슴에 꽂힐 때, 그때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한강-

나쓰메 소세키_한눈팔기

 소세키의 변치않는 주제인 인간의 존엄성과 그 뒤에 숨겨진 치졸함에 대한 끝없는 집착. 또 다시 나의 인간됨에 대해 바라보게 만드는 그의 소설.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안고 불안하게 미래를 응시하며 동시에 피폐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겐조는 지적이고 추상적인 세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흑흑/ 눈이 조금 더 머문 몇 곳. 겐조는 자신과 청년의 거리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그 기생과 똑같다.' ... 과거의 감옥생화 위에 현재의 자신을 쌓아올린 그는 반드시 현재의 자신 위에 미래의 자신을 쌓아올려야 했다. 그것이 겐조의 인생관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보면 올바른 생각 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인생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지금의 그에게는 헛되이 늙..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박영돈, IVP]

작년초였나? 사경회에 오셨던 박영돈 목사님의 책이 나왔다. 이분, 인상만으로도 일단 숙연하게 만들며ㅋㅋ 조금 기도원 필~이 물씬 풍기신다. 전에 오셨을때 하셨던 성령에 대한 말씀이 꽤 인상적이고 명쾌했는데, 이분의 책이 IVP에서 나왔다. 제목하야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부제는 한국교회 성령운동,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성령님과 성령의 사역에 대해 궁금하거나 잘 이해되지 않거나 치우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하나님의 치유를 기대하며 기도하는 이들에게도. 그 뿐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알길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이 책은 한국의 교회 분위기상 뒷담화로만 나눠지는 성령운동이나 사역에 대해 공론화, 그것도 매우 지적인 통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는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적인 길-자끄 아탈리]

자끄 아탈리는 동시대 프랑스의 정치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미테랑 대통령 수하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배운 안목으로 프랑스의 미래를 제안한다. 아탈리는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시장'이라는 거대한 적을 등에 엎은 시장사회민주주의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그에게 있어 사민주의는 사회복지에 대해서만 조금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뿐 자유주의적인 어설픈 좌파에 불과하다. 시장사민주의가 지속될 경우 시장사회로 변하게 되고 이 정점에서 상품사회가 등장한다. 이러한 평가는 사실 아탈리 고유의 것은 아니다. 이미 유럽의 사회주의에 대한 혹평도 이어지고 있고, 프랑스 자신도 스스로의 자유주의적 색깔을 드러냄으로써 안전한 시장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의 힘을 거스르기 위..

[난 당신이 좋아] 고통 속에 부르는 아가

김병년 목사님. 1학년인가 2학년 바이블 훈련때 주강사로 오셨던 분. 강단진 체구에 축구를 즐기시고, 불을 뿜는 강렬한 눈빛을 가졌으며, 매우 간단 명료한 상담을 해주셨던 인상으로 남아있는 분. 정기구독하는 시심을 받으면 가장 먼저 펴보는 페이지는 그분의 글이다. 셋째 아이를 낳다가 식물인간이 된 사모님과 함께 사는 김병년 목사님의 책이 드디어 나왔다. 일년전부터 소문을 듣고 눈빠지게 기다리던 책. 12월 28일 출간일에 따끈따끈하게 읽었다. 고통이 우리 삶에 남기는 흔적은 무엇일까? 더 강한 사람이 되는것?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끈기를 배우는 것? 그는 고난 자체가 축복이라고 무작정 말하는 비인격적이고 금욕적인 신앙이 아니라, 고난을 지나는 과정에서 유한한 인생이 무한한 신 앞에 어떤 태도..

[내 젊은 날의 숲, 죽음과 생명이 잇대어 있는 곳]

1. 나무 편백나무가 유명하다던 그 수목원 길을 엄마와 걸었다. 여름엔 이 편백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하다던 그 숲. 11월부터는 입산이 금지되었기에 숲의 둘레만을 걸으며 보아야 했지만, 오히려 그 거리만큼 나무의 모습은 더 잘 드러났다. 엄마와 나는 때로 빠르게 그리고 느리게 걸으며, 때때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나무의 호흡을 받아들였다. 어느 때보다 요즘 엄마와 난 나무가 있는 곳을 즐겨 찾는다. 산을 좋아하며 시적인 감성을 중년까지 유지하는 엄마,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육체의 움직임이 뇌의 움직임보다 더 생산적이라는 것을 믿게 된 스물아홉의 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병간호를 통해 아빠의 의식을 되살리거나 사회에서의 성공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