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78

소년이 온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그녀의 충실한 독자였다. 내가 꼽는 베스트인 채식주의자에서 많이 벗어난 소재를 다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끊임없이 몸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몸의 현현. 5.18과 세월호와 갓100일 남짓한 그 아기의 죽음을 넘나드는 나의 일상이 그녀의 글과 만나 울컥했다. 나의 질문이 그녀의 글로 써 있어 울렁거렸다.

다시 프로테스탄트

독일에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단숨에 읽어버린, 다시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세계관 시간에 만났던 그 분의 모노톤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담론과 비판들을 단정하고 날렵하게 잘 정리해 놓은 책. 역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남겨진 이야기들은 쉽지 않다. 한국이 지금여기와 내가 살고있는 서유럽권의 지금여기를 고민해보게 되었고, (미국식 자본주의와 다른양상으로 무너진 이곳의 교회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되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요즘의 고민과 겹쳐) 함께 문제를 찾고 함께 고민하는 공부에 대해 도전받게 되었다. (시간과 생각의 공유에 있어 인색한 내가 어떻게 이를 실현해야 할까에 대한 부담) 동시에 내가 붙잡고있던 키워드와 주제들이 튀어나와 반가웠다. 잘 가고 있다고 격려받는 느낌.

몇 달전에 ebs 다큐프라임에서 내향성과 외향성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람들에대해 갖고 있던 의혹을 조금은 풀게 해 준, 속시원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주제에 대한 책이 나왔다. 수전케인이라는 여자 변호사가 7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연구한 결과라는데, TED 시즌 오픈 강의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단다. 단순히 유행하는 자기개발서같아서 안읽었는데, 알고보니 요 내용이었더라. 일반적으로 알고있듯, 외향형이 늘 말이 많고 감정표현이 솔직하며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내향형은 수줍음 많고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며...등등등의 도식으로는 이 둘을 이해하기 힘들다. 수전케인이 설명하는 방식은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이다. 내향형의 사람들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지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

금요일 오후를 함께

금요일 오후엔 보통 올림픽 공원을 산책하곤 하는데, 아직 잦아들 줄 모르는 바람사이로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오후에 스타벅스 올림픽점에서 손 목사님의 책을 읽었다. 교회, 내 삶에 늘 어려운 주제이다. 최근에 있었던 교회의 이런저런 상황과도 맞물리며 이 책의 한마디한마디가 정말 날 위한 말같았다. 삶에서의 예배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우리의 가정에 충만해졌으면 하는 소망이 졸졸졸 흐른다. 아~아~ㅠㅠ

[제국과 천국] upside down

Colossians Remixed: Subverting the Empire, 브라이언 왈쉬& 실비아 키이즈마트, ivp, 2011 최근 읽은 성경/세계관 책 중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 책. 영어 제목이 참 멋있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자본이 지배하는 제국에서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며, 골로새서를 독해한다. 세계관에 있어서는 별 설명이 필요없는 브라이언 왈쉬가 아내와 함께 쓴 책인데, 혼자 썼더라면 아마 꽤나 딱딱하고 건조했을 내용이 적당한 내러티브와 다양한 형식으로 녹여져있어 지루하지않다. 확실히 세계관에 관한 책이 진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과 윤리의 측면으로, 또한 지성만이 아니라 감정과 상상력의 부분에까지 이르는 전인격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으로!! 과거 가이사의 얼굴이 새겨져 있던 곳, 정..

based on true story

집단 분노를 자아내는/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조금 더 비슷한 쪽으로 나를 투영시키고자 하는/ 이런 요소들로 똘돌 뭉친 이야기들이 싫다. 이들의 면죄부는 언제나 그것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말. 그래서 (해석이 아닌)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객관적 사실의 지표와 해석의 지표를 뒤섞어 놓는 것. based on true story라고해서 그것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그냥 사실인 것이지 fact와 truth의 구분이 절실할 때. 그래서 난 공지영류는 될 수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