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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랑드 할머니

95살인데, 매주 주일예배에 거의 빠지지 않으시고,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혼자, 끝까지 남아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이레와도 눈빛교환. 6명의 자녀를 낳았고, 남편과 자신쪽으로 자식들을 다 합치면 약 100여명이 되는 가족을 거느리고(?) 계신다. 이제 증손자들이나 고손자들의 이름은 좀 헷갈린단다. 손자 중 두명이 나와 같은 또래인데, 한국에서 입양해온 아이들이라고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것저것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 손자들이 최근 한국의 가족을 찾아 열심히 한국어도 배우고, 가족들의 집에서 몇달씩 지내다 오기도 한단다. 욜랑드의 막내와 프란츠가 같은 나이이며 친구인데, 18살때 프란츠가 회심했을때, 영향을 주었던 친구가 바로 욜랑드의 막내아들이라고 한다 .고블랑 교회의 처음부터 지..

속좁은 일상_2 2018.11.12

두번째 만난 그

딸을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비록 그녀와 우리의 나이차이가 그정도는 아니지만, 그동안 그녀의 행보와 생각들을 지켜본 우리로서는 그녀의 선택이 갸웃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너무 잘 알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존님의 정의가 다시 머리를 울린다. 모든대화의 주제가 자기로 수렴되고, 모든 것이 자신으로 향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너무나 재미없다. 재미없는 대화를 견뎌내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속좁은 일상_2 2018.09.10

중력과 은총_시몬느 베이

똑같은 고통이라도 저급한 동기보다 고귀한 동기에서 견뎌내기 훨씬 어렵다. 사람들은 계란 한개를 얻으려고 새벽 한시부터 여덟시까지 꼼짝 않고 서 있을 수 있지만, 한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그렇게 하기 힘들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낮은 쪽에 힘이 있다는 법칙을 보여준다. 중력. 문제는 저급한 동기에 부여된 더 많은 에너지를 어떻게 고귀한 동기로 옮기느냐는 것이다. 보상은 어떤 형태로 주어지든 에너지를 격하시킨다. 집착을 완전히 버릴 수 있으려면 그저 불행을 겪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런 위안이 없는 불행을 겪어야 한다. 어떠한 위안도 나타나면 안된다. 그때 비로소 형용할 길 없는 위안이 위로부터 내려온다. 다른사람이 내게 진 빚을 면해줄 것. 미래의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과거를 받아들일 것. ..

속좁은 일상_2 2018.09.10

Trois visages, 자파르 파나히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자파르 파나히의 새영화를 보았다. 해마다 칸 영화제가 끝나면 긴 동면을 끝내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개봉이 몇주 지났지만 아직 보지 못했고, 고레에다 히로가즈와 이창동, 나딘 라바키의 영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중이고. 일단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를 보았다. 최근 몇년간 다르덴이나 켄 로치류의 영화를 (일부러) 보지않고 있다. 그냥 '잘빠진' 영화를 보고싶었다. 그냥 영화적인 완성도만 보여주는.. 그 자체만으로 즐길수 있는 놀란이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같은.. 그냥 내면에 집중하게 해주는 영화들. 오랜만에 사회적 컨텍스트에서 시작된 영화를 보니 조금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이다. 그의 변치않는 시선과 관심이 고맙다. 조금의 새로움도 없어 영화적으로는 오히려 아쉬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