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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호크니 회고전@ 퐁피두

테이트 브리튼에서 시작된 호크니의 회고전이 파리 퐁피두에 상륙했다. 올해 열리는 전시 중 가장 블록버스터 급 전시이다. 오랜만에 '순수하게' 회화로만 이루어진 전시는 머리보다 눈이 먼저 반응하고 움직여서 너무 즐거웠다. 회고전 답게 호크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품을 다 볼 수 있어 마치 그의 인생 다큐를 보는 듯하다. 호크니를 거장으로 만든 요소가 그의 뛰어난 색감이나 개성이 아니라,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단순하게 재생산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고 새로운 매체로 '여전히' 실험중이라는 사실을 들고싶다.호크니의 '그림'은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시각화시키려는 도전 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투명함을 그리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각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Diorama@palais de tokyo

디오라마(Diorama)는 19세기에는 이동식 극장 장치를 의미했으나, 현재는 3차원의 실물 또는 축소 모형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한다. 디오라마는 종종 관련 취미로 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모형 군용 차량', '미니어처', '피겨 모형', '모형 비행기', '스케일 모델' 등이 있다.(위키)디오라마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조금 익숙한 미니어쳐 라는 말로 치환해 볼 수 있겠다. 미니어쳐는 통상 상업적이고 콜렉션 등의 고급취미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말인데, 팔레드도쿄의 이번 전시는 디오라마를 예술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하나의 역사를 서술하는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가상현실이나 3D가 이미 식상한 유행처럼 되어버린 현실에서, 디오라마가 현대사회의 고도의 기술이 만들어낸 '최첨단' 장..

베스트오퍼 2013

미술품 감정사라는 신선한 소재에 비해 이야기의 구조는 조금 뻔하지만,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으로 모든 단점을 커버했다. 진품과 위조라는 미술사의 오랜 논쟁을 드라마로 풀었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거장 압바스키아로 스타미의 2010년작 사랑을 카피하다를 닮아있다. '사랑'이라는 불멸의 소재를 거짓과 가짜로 만들어버린 이야기 구조로 인해서.

언어로 인한 절망, 언어를 통한 희망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번역가들의 자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구글번역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으며, 모르는 언어도 인터넷사전을 통해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외국어를 학습하는것은 점점 쓸모없는 일이 될 수도 있곘다. 실제로 영국학생들의 제2외국어 실력은 매우 형편없는데, 그 이유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자국어로 소통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외국어를 배우는데 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외국인친구들과 불어를 배우는 클래스에 가면, 영어화자들은 말하다가 막히면 막 영어로 말해버린다. 그럼 선생님도 알아서 알아들어주고 고쳐준다. 여전히 불어때문에 골머리를 싸고 있으면서, 성인화자가 남의 언어 배우는게 진짜 어렵구나 느끼면서도다른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다..

속좁은 일상_2 2017.08.26

부채감

지금은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는 한 선배가 쓴 글을 보다가, 자신의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을 부채감이라고 꼽았던 것을 보았다. 부채'상황'도 아닌 부채'감', 자신이 미국에서 30대에 논문쓰며 공부하는 동안 한국사회의 친구들은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고통당하고 있었다는 조금 대의에서 한말이긴 한데. 다른 혹은 비슷한 의미로 이말에 공감했다. 우리가 유학을 나올때가 박근혜정부 시작때이니 이미 많이 지났네. 세월호와 탄핵을 외국에서, 먼발치서 바라보는 부채감은 말할것도 없고. 현실적인 삶에서도 부채감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내가 쓰는 글이 스타일도 없고, 문학적이지도 않고.. (논문이 뭐 문학이랄게 있겠냐마는), 쓰고나면 친구들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첨삭을 받지 않고서는 안되는 상황이다보니...

속좁은 일상_2 2017.08.26

오베르 쉬흐 오아즈

처음 갔을때의 기억과 인상이 좋아 언젠가는 또한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그렇게 두세해가 지난것 같다. 만약, 고흐가 이 마을의 작은 여인숙에서 권총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두달 남짓 지내는 동안 마을 풍경을 그려놓지 않았다면.. 평범한 시골마을 중 하나였을 이곳. 단체로 가이드를 받는 여행객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재밌게도 이곳의 관광객들은 동양인이 더 많아보인다.첫 방문때는 마을 집들의 아기자기 함이나 고흐와 테오의 무덤이 인상적이었는데,이번 여정에선 이 장면이 참 좋았다. 7월말 밀밭의 풍요로움과 파란 하늘이 잘 어울렸다. 고흐의 우울과 죽음을 공감할 만한 풍경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도시의 인상 2017.08.24

스포트라이트

보스톤글로브 신문사 특종팀의 실화를 영화화한 내용. 지금이라면 누구도 충격받지 않을만한 사제들의 성폭행이라는 스캔들을 파헤친 2001년의 취재기를 담고있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실제 사건과 당시의 분위기에 충실하고, 이런류의 사건에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사건의 가해자들은 명백하게 악하고 극단적으로 추하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카톨릭 교계 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구조와 종교를 둘러싼 '일반인'들의 깨져서는 '안되는' 믿음, 그리고 방조하고 침묵하는 또 다른 구조에 대해 다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따라서 단지 사제들을 향해 맘편히 손가락질을 하게되지만은 않는다. 어쩌면 지루해질수 있었던 취재기를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한 연출력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