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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asquez @ Grand Palais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서 벨라스케즈는 따라야 할 모범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추앙받고, 푸코에게서 벨라스케즈는 캔버스의 구도를 창조적인 방법으로 해석해낸 천재로 평가받는다. 마네는 그를 화가중에 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나의 벨라스케즈 읽기는 주로 푸코를 통한 구도읽기이거나, 이노센트를 고깃덩어리로 그린 베이컨이거나 라스메니나스를 색채와 구도실험실로 만들어버린 피카소가 그 원본보다 훨씬 더 가깝다. 누구를 위한 오마쥬인지 알지 못한채, 오마쥬의 결과가 만들어낸 변주들을 맴돌았을 뿐. 벨라스케즈의 많은 작품이 이렇게 한번에 해외여행을 한적이 없다고하니, 미술계에서도 주목을 끈 전시였고. 개막식에 맞춰 (물론 사고로 연기되어 전시 중간에 방문했지만) 스페인의 국왕부부도 방문한 나름 국가적 스펙타클을 자..

Wild, 2014

파리의 미친 더위를 핑계로 며칠 한가한 틈을 타, 미뤄두었던 몇편의 영화를 보았다. 로드무비류의 서사가 가진 진부함 때문에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밖의 수확이다. 편집이 너무 멋져서 찾아보니 달라스 바이어스클럽의 감독 장마크발레다. 그가 매튜맥커너히를 사용했던 방식만큼이나 리즈 위더스푼의 발견도 의미있다. 어쩌면 전형적인 여성의 홀로서기 서사를 그는 아주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최근 인상적으로 보았던 여성인, 클라우드 오브 실즈 마리아의 그녀는 자연을 더 정확히는 시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여성이었다면, 와일드의 셰릴은 일부러 자연에 몸을 던져 몸 안에 축적된 시간을 곱씹고 되새김질하고 받아들인다. 영화내내 엄청나게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펼쳐지는데, 역설적이..

벧전 1장

멀리 떨어져있는 나그네된 성도들에게 보낸 베드로사도의 편지. 로마의 박해속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성도들에게 전하는 말.잠언을 묵상하다가, 갑자기 이런 편지글을 보니 울컥! 아, 한구절 한구절이찔리네. v.1 우리들은 나그네이지만 택하심을 입은 자들이다. v.4 유산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와닿은 적이 없는데, 하늘에 있는 썩지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낡아없어지지 않는 유산이라니. 한달한달 먼지처럼 없어지는 재물과 해도해도 남는것 없는 공부에 대한 회의를 무색케한다. v.8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으면서도 사랑하며, 지금 그를 보지 못하면서도 믿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영광을 누리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새번역 본)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구약의 예언자들로부터 보증되어 온 것임을 밝히는 베드..

갸우뚱 묵상 2015.07.02

인사이드아웃 단상

개봉하자마자 얼른3D로 봄. 슬픔과 기쁨은 함께 한다는 것인생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같은 감정의 요소들이 있지만, 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들이 성숙한다는 것. 머릿속에서 사라진 기억들, 자잘한 에피소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릿속의 프로세스를 들여다 본 기분중앙 감정 통제 센터를 만들어낸 상상력에 박수를!그나저나 집나간 나의 joy는 언제 돌아오려나!아마 어른들에게 더 재미있을만한 소재.

섬뜩

사실, 가장 '지혜로운'방법이나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상대방이 꼼짝 못하도록 치밀하고 계획적인 논리로 반박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럴 자신도 있었고, 그정도의 분노 게이지도 상승해 있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투박하고 직절적인 말투로는 평행선을 그릴 뿐이니, 평향선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선을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너는 왜 그렇게 잔인하게 말하냐고 타박했지만, 사실 내 맘속엔 더 잔인한 무기를 개발하는 중이었던것. 나의 올바름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살리기는 커녕, 죽이는 것이 일이로구나. 조금만 움직여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구나. 그냥 적절한 자리에 멈춰있는 것이 최고구나. 그래서 자꾸 말을 조심하란거구나. 몇 주간 묵상했던 격언과 충고같..

갸우뚱 묵상 2015.06.24

파리는 언제나 축제

길고 지난했던 일하는 토요일의 일정이 이번주로 막을 내리고, 무거워지는 몸 때문에 이래저래 우울한데, 일하는게 재미없다는 일좋아하는 가장님의 말에 나마저 힘빠져있던 토욜저녁이 지났고, 근무하듯 참석하는 예배로 심신은 조금 지친다. 파리에 있는 우리에게 맛집 찾아다니고, 여행다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힐링보다 더 친숙한 재충전은 산책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여기저기서 음악까지 들린다면 금상첨화지. 오늘처럼. 그리고 다시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과 미래를 생각해보며 전열을 다짐. 이분의 나이는 대략 60-70대, 할머니.

속좁은 일상_2 2015.06.22

에우리피데스와 들라크루아 그리고 les contre-sujets의 메데이아

들라크루아가 그린 메데와 세잔이 그린 메데 우연의 일치였던지, 새벽에 잠이 깨서 졸음을 청하기 위해 읽었던 책에 프레드릭 샌디스라는 작가가 그린 메데이아의 그림이 있었다. 그는 마술능력을 가진 메데이아에 주목했던 듯. ---------------------------------- 바로크음악에서 사용된 악기들을 가지고 현대적인 음악을 하는 이머징 앙상블의 공연을 들라크루아 미술관에서 감상했다. 주제는 들라크루아가 그렸던 메데이아(불어식 발음으론 메데Médée)가 아이손(불어식 발음으론 자송Jason이라 첨엔 누가누군지 한참 헷갈려하다가 갈피를 잡음ㅋㅋ)과 낳은 두 자녀를 살해하는 장면을 모티브로 한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원작으로하여 파솔리니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던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현대적 여성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