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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만족 /자족

만삭의 예비엄마들에게 출산교육을 하는 그녀는 빠르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젊은 파리지엔 특유의 억양과 속도를 자랑했다. 아마 수십번 아니 수백번을 했을 그 수업을 반복하면서, 안그래도 사무적인 말투에 기계적인 태도가 더해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세상의 모든 마케팅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게을러지지 않았나보다. 이런저런 육아용품의 쓰임새와 필요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혹은 친절하리만치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기의 사진을 레이블에 넣은 에비앙의 마케팅도, 모유가 아니면 죄책감을 선물하는 모유관련 용품시장의 마케팅에도, 이 물건이 없으면 발달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광고들에 대해서도 꼭꼭 코멘트를 달았다. 그리고 '그거 아무 소용없는거 아시죠? 뭐, 하긴 엄마의 선택이니까..

속좁은 일상_2 2015.09.09

Patrick Neu

오랜만에 한작가 한작가 포스팅을 열심히 하려다보니 기운빠져버렸다. 정교하고 신선한 작업을 하는 작가였는데, 다양한 매체들로 이런저런 실험을 감행하는 모험적인 작가였다. 매체의 선택은 모험적이지만, 작업은 세밀하고 정교하다. 죽음과 관련된 미술사의 그림들을 차용해 유리컵에 담배연기로 새겨넣은 작업들이 인상적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고, 동시에 숨이 턱 막혔다.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 Céleste Boursier-mougenot/ Acauaalta

2011년 과천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란 이름, 미술관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그의 기술이 이번에는 운하로 이어진다. (http://artandsoul.tistory.com/trackback/488)아쿠아알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베니스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말한다는데, 아마도 아름답지만은 않을 그 현상을 미술관에 있는 우리는 매우 우아하고 아름답게 즐기고 있다. 어둠속에서 마치 춤을 추듯 노를 젓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아방가르드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가 있는듯 없는듯 깔아놓은 물의 소리(음악이기보다는 소리)가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빨간 원피스. 내 인생에 빨간 원피스를 입는 날이 온다면, 이런 배경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스퍼 저스트 Jesper Just, servitudes @ Palais de Tokyo

예속 혹은 종속이라는 제목으로 덴마크 출신의 74년생 작가 제스퍼 저스트의 영상작업 세 개가 팔레드도쿄에 전시되었다. 손가락에 장애를 지닌 예쁜 소녀가 치는 피아노 소리와 기계에 몸을 맡긴 아름다운 여성의 시선 그리고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스카이라인 앞에 선 누에고치같은 여성을 통해 사회적인 차별이나 편견의 문제를 제기한다. 아주 시적인 방식으로. 불편하지만 아름답기에 눈을 뗄 수 없다. 그리고 이 영상들을 보기위해 관람자들은 어둠속에서 마치 공사장의 임시 철골물같은 계단을 지나야한다. 편안하게 기대 앉을 의자도, 잠시 영상에서 눈을 떼고 거리를 유지할 만한 하얀 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인터뷰http://www.lemonde.fr/m-actu/article/2015/06/29/jesper-just-to..

시차

최근 유럽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이민자 문제이다. 이미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을 싣고 유럽으로 향해 오던 배가 침몰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었고,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음모론도 제기되었음) 시리아의 난민들이 탄 배가 폭풍을 만나 겨우 자신의 목숨만을 건지고 가족이나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이 이 곳 뉴스에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독일이 이민자들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그 이면엔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적인 공격들도 만만치 않다. 그 다섯살짜리 시리아 아이가 터키의 해안에 떠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수많은 뉴스들은 모두 미지의 나라에서 들려오는 한갓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을까? 갑작스럽고 요란한 세계언론의 반응이 내 눈엔 어색해보인다. 사실 나도, 이민자들의 배가 여러차례 침몰 했을때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

속좁은 일상_2 2015.09.06

연장선

신경숙 사건에 대해 백낙청 편집인님이 '드디어' 두달만에 입을 열었는데, 오랜만에 읽는 '어려운'한글 텍스트여서인지 영 가독성이 떨어진다. 글의 요지 파악이 잘 안된다. 경향 인터넷신문에 실린 전문을 가져옴. 온 대한민국에 박그네 화법이 유행인건지..아님 내 국어 독해실력이 떨어져서인지.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81504111신경숙의 표절 논란과 총신대 교수들의 표절논란신경숙의 글을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생각해봤을때, 우리가 알던 '신경숙'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외딴방의 신경숙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숙련..

속좁은 일상_2 2015.08.31

각성

인자한 말투로 편지를 시작해, 죄에 대한 무시무시한 심판이야기를 하던 베드로 사도, 그리고 3장에 와서 그리스도의 약속을 부인하며 욕망대로 살아가는 이 시대와 그들을 대면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말씀에 기록된 심판의 사건들을 상기시킨다. 심판의 때까지 그 땅이 죄인들과 함께 보존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심판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리고 이 사건들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보존하여 계명과 예언을 기억하고 있으라고 말이다. 사도의 말은 비장하다. 나의 노력과 열심에 따라 하나님 없이도 나의 운명과 의식주가 안락하고 편안해질거라는 무신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중요한 고비를 앞두었지만, 영적으로 힘이 없는 나를 각성시킨다. 우왕좌왕하고 외부의 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 시점에서 정말 바라보아야 할 것. 하나님의..

갸우뚱 묵상 201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