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예비엄마들에게 출산교육을 하는 그녀는 빠르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젊은 파리지엔 특유의 억양과 속도를 자랑했다. 아마 수십번 아니 수백번을 했을 그 수업을 반복하면서, 안그래도 사무적인 말투에 기계적인 태도가 더해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세상의 모든 마케팅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게을러지지 않았나보다. 이런저런 육아용품의 쓰임새와 필요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혹은 친절하리만치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기의 사진을 레이블에 넣은 에비앙의 마케팅도, 모유가 아니면 죄책감을 선물하는 모유관련 용품시장의 마케팅에도, 이 물건이 없으면 발달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광고들에 대해서도 꼭꼭 코멘트를 달았다. 그리고 '그거 아무 소용없는거 아시죠? 뭐, 하긴 엄마의 선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