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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한국에서부터 온 이민가방에 줄이고 줄여 3권으로 만든 위시리스트 중 한권. 최근 이 출판사의 시리즈들 중 주목하게 되는 책들이 많은데, 제목만으로도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로 똘똘 뭉쳐있다. 소위 사회학 혹은 인문사회학의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들에겐 다소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겠지만-사회학과 인문학을 오가는 레퍼런스들과 한국에선 많이 연구되지 않는 학제간 연구-, 날카로운 질문들과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인문학이라는 말이 이용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보았다.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 내 공부가 포함해야 할 범위.쌩뚱맞게도 공감된 지점은, 개인에게 충분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 장소와 공공에 대한 ..

2막

시편 137편,1우리가 바빌론의 강변 곳곳에 앉아서, 시온을 생각하면서 울었다.2 그 강변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더니, 3 우리를 사로잡아 온 자들이 거기에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고, 우리를 짓밟아 끌고 온 자들이 저희들 흥을 돋우어 주기를 요구하며, 시온의 노래 한가락을 저희들을 위해 불러 보라고 하는 구나4 우리가 어찌 이방 땅에서 주님의 노래를 부를수 있으랴 5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아, 너는 말라비틀어져 버려라. 6 내가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 예루살렘을 내가 가장 기뻐하는 것보다도 더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 혀야, 너는 내 입천장에 붙어버려라. 7 주님, 예루살렘이 무너지던 그 날에, 에돔 사람이 하던 말, "헐어버려라, 헐어버려라. 그 기초가 ..

속좁은 일상_2 2015.08.20

버킷리스트?

해야할 일을 목록화한다거나 필요한 물품들을 나열해 놓고, 무엇인가 리스팅하는게 익숙하지 않다. 그냥 닥치는대로 직관에 따라 살아와서인가.. 그래도 거룩하고 경건한 의식을 준비하듯. 죽기 전에 하고싶은 일들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출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치워야한다는 강박. 마치 인생의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처럼..출산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출산후에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 더 정확한 말이겠지?! 친구와 일대일 인과관계를 만들어, 무거워지는 배와 맘대로 안움직이는 몸, 저하되는 집중력 덕분에(__) 할일을 미루고 있다. 그리하여 버킷리스트를 만들고자 9월중순부턴 못보게 될 전시, 찾아가지 못할 장소,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활동들을 열거해보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애가 있어도 굳이 못..

속좁은 일상_2 2015.08.20

그들의 바캉스

샤모니 근처 작은 마을에 잡은 숙소는, 우리로 치면 휴양림정도의 분위기인데, 통나무로 몇동을 만들어 이름을 붙여 놓고 겨울이면 스키어들이 여름이면 긴 방학과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이 머무는 전형적 휴양지였다.4-5개의 동이 있는데, 주차장이 거의 꽉 찬 걸로 보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가보다. 첩첩산중에 호수도 있고 트레킹 코스도 많고, 산악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도 있다. 큰 마트는 물론이고, 잔디로 된 축구장과 빵집, 카페는 기본. 덩치 큰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게 처음이라 좁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복층구조의 숙소는 충분히 넓었고, 요리를 하기에도 최적의 기구들을 갖추고 있어 기분좋게 짐을 풀었다. 벨기에 사람이라는 주인은 아내의 고향인 상하이에서 바캉스를 보내고 있었으며, 우리의 ..

속좁은 일상_2 2015.08.17

반가운, 독서

​SNS나 카톡이 아닌 방식, 아날로그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한국의 친구들이 몇 있는데, 오랜만에 그들의 소식을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과 함께. 왠지 그들과는 카톡을 하면 안될거 같은 무언의 계약을 맺은 친구들. 팔월에 들어 조금 늘어져버린 감성을 빳빳하게 조여주는 책. 서경식 선생의 조선미술순례. 이틀간 동네 스벅에서 아까워하며 완독해버렸다. 슬픈책도 감동적인책도 아닌데, 난 그의 책을 읽을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가 가진 질문들의 숭고함과 대상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예술을 구태의연한 형식이나 유명함에 기대지 않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야기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질투난다. 또 하나는 J님이 공모해 수상한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 1회를 맞은 그 소설집에 2..

속좁은 일상_2 2015.08.09

비오는 바르비종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이 마을은 딱 이런 색깔로 보였다. 밀레 및 바르비종 학파가 남겨놓은 그림으로 먹고사는 마을이란 느낌. 작은 마을이지만 큰 럭셔리 호텔들도 보이고, 주로 그림 판매와 콜렉션을 하는 듯 보이는 갤러리들도 보이고,골동품 벼룩시장도 보인다. 밀레의 아뜰리에 겸 집에서 우리를 맞이했던, 과하게 활발한 말투로 우리를 안내한 관리인(아마도 밀레의 후손일)은 고요한 밀레의 그림과 달리 정신 사나웠다. 퐁텐블로 숲을 끼고, 아름다운 밀밭이 펼쳐진 이 마을은 누구라도, 누구를 모델로 해서라도 작품이 나올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더 소박하고 고요하게 보존해 두었다면 더 어울릴뻔했다.

도시의 인상 2015.07.28

점령!

봄의 시작때 아이를 낳아 부부가 100일동안의 동안거를 끝내고 마침내 안정을 찾은 친구 부부가 준 아기 양말? 신발? 오랜만에 만나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대화 소재에 +1이 추가됐다. +1이이면 지분의 30%정도를 가져야 할텐데, 그 존재감은 가히 70%이상. 후덜덜!가끔씩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프랑스육아 어쩌고 저쩌고는 사실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인데, 다급한 순간에는 가장 익숙한 방식의 대응으로 /컨트롤하기/로 돌변해버린다고.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종류의 대화였다. 이전보다 더 안정적여보이고 풍성해보이는 모습에 안심했다. 그리고 이렇게, 친구의 흔적이 그의 사랑스런 영역을 침범해버렸다. 으하하!

속좁은 일상_2 201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