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5

백일

이곳에서는 첫번째 생일조차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데, 백일이야 오죽하겠나. 주변 사람들에게 백일의 전통에 대해 설명하니 다들 엄청 신기해 한다. 임신이 된 날을 기준으로 1년이 된 생일이라는 말에 그게 더 그럴듯하다는 반응도 있다. 여튼 이런 전통이나 문화에 대해 생각할때마다 한국과 프랑스는 엄청 멀리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둘다 기념일을 알뜰살뜰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생략할 뻔 했던 백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레를 기억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직접 백일상을 마련해주셨다. 우리는 그냥 참석만. 이웃들에겐 백일 떡 말고 초콜렛으로. 아무런 명분없이 혹은 주는 것 없이 무언가를 받는 것에 어색해하는 이들에게 작은것이라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이런 존재구나 싶다. 전혀 모르는 아기..

속좁은 일상_2 2016.01.17

응팔 판타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만,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일들2015년의 대한민국을 가장 극단적으로 뒤집으면 1988년 쌍문동이 되지 않을까.아빠의 경제력이나 엄마의 정보력 없이도 가장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국민학교만 나와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 수 있고, 공교육과 독서실만으로도 대학입시를 치를 수 있는. 급우는 경쟁의 대상이 아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반자이며, 동네 친구들 집을 오가며 라면을 끓여먹고 야한 비디오를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과거. 혹은 과거라 믿고싶은 환타지.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추억을 되살려준다고 말하고, 마치 자기 아빠같고 자기 엄마같은 사람이 나온다 말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야말로 드라마가 현실에 줄수있는 가장 큰 선물인 환타지를 제공한다. 현실의 우리아빠도 친구 빚보증을..

속좁은 일상_2 2015.12.31

국가적 차원의 연말연시

시사인에서 본 인터뷰글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에서 유일하게 법적처벌을 받지않은 선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던 그는 당시의 상황에서 여전히 남은 의문점을 차분하고 건조하게 전달한다. 차마 끝까지 읽기가 어렵다. 아베와 박근혜의 위안부 문제 합의는 올해 대한민국 외교능력의 대미를 장식해준다. 한국 뉴스를 클릭하는게 무섭다. 친구와 주고받은 카톡에서 그는 마라나타를 외친다고 말했다. 그래, 마라나타를 수백번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국가적 차원의 한해가 이렇게 간다.

속좁은 일상_2 2015.12.31

예수그리스도의 오심, 육신이 되신 말씀

La parole est devenue un homme, et il a habité parmi nous. Nous avons vu sa gloire. Cette gloire, il la reçoit du père. C'est la gloire du Fils unique, plein d'amour et de vérité. (Jean 1:14, PDV)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 1장 14절, 새번역)1. 육신이 되다.2. 살다.3.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영광.성탄을 맞이하여 지난 주일 설교에서 들었던 요한복음의 말씀을 곱씹어보았다. 육신, 살은 당시의 이분법적인 문화에서 죄를 담..

갸우뚱 묵상 2015.12.23

남의 가정사

아이가 아파 회사에 가지 않았겠거니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아마도 삶의 피로가 그녀를 바깥으로 나가기 힘들게 만들었었나보다. 주일이었던 어제도 그녀는 12시까지 아이와 잤노라고 말했다.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 예의라는 이름으로 무심하게 행동했다. 낮에 이레가 잠들려는 순간 아이는 우리집 문을 열심히 두드렸다. 내가 열어줄 때까지.ㅎㅎㅎ 아마도 그녀는 아이를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집 문을 두드릴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 들어와 봇물 터뜨리듯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노엘 바캉스를 맞아 다함께 미국에 가면, 자신과 아들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아픈 엄마도 걸리고,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2년 반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고 놀면서 집안일은 커..

속좁은 일상_2 2015.12.15

바쁜 주일

노엘 바캉스에 여기저기 떠나는 이들이 많아 조금 앞당겨 진행되는 노엘 기념 파티와 함께하는 식사. 특별히 예배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 성탄과 관련된 찬양과 말씀을 듣고,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조금 긴 점심시간 동안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 호들갑스럽지 않는 대화를 나눈다. 오후 시간에는 평소에 없는 특별한 기념 모임시간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 시간에 어린이들은 간단한 연극, 젊은이 그룹이 특송한 곡,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하듯 성탄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중간중간 할말이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한마디씩 끼어들어 거들고, 즉흥적으로 악기로 함께하기도 한다. 젊은 그룹에 끼여 특송을 한 우리는 30분전 두세번 맞춰본 천사들의 노래가 찬양을 불렀다. 너무 잘 아는 멜로디를 다른..

속좁은 일상_2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