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5

도서관 일상

자주 지나치지만 한번도 들어가보진 않았던 무프타 거리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파리 시내의 시립도서관들은 모두 연계되어 있어 한 곳에서 만든 회원카드로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통유리로 된 실내는 볕이 잘 드는 구조였고, 건물 가운데 작지만 가지런하게 꾸며진 정원이 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이레도 내내 유모차에서 잘 자서 오는 길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레와 함께 있느라, 호흡이 짧고 금방 읽을 수 있는 희곡들에 좀 재미가 붙었다. 정작 커피마시며 우아하게 앉아 읽은 책은, 0-3세를 위한 추천 동화책 브로셔라네ㅜㅜ

속좁은 일상_2 2016.02.04

관점

어떤 대상에 대해 자기만의 관점, 혹은 건강한 세계관을 가지는 것은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임을 익히 인지하고 있었다. 요즘 나의 주업이 이레수발들기 이다보니, 육아에서만큼 건강한 관점이 중요한 곳이 있을까싶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일이며 사람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레를 낳고 내가 참고하는 육아 소스는 그냥 정기검진시 만나는 소아과 의사, 보건소의 의사 간호사들. 몸이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니 인터넷으로 접하는 한국의 육아 소스들은 너무 중구난방 뭔가 어질러진 공과금 영수증 보관함 같아서 안보는게 속편하다는 결론. 유일하게 내가 참고하는 육아 소스는 서천석의 팟캐스트인데 사실 이것도 지나치게 일반론적인 것이라 육아에 실제적인 행동 지침이라 하긴 좀 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천석..

속좁은 일상_2 2016.01.28

파업 후기

'육아'가 여성의 또다른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아이의 안녕과 성장발달이 마치 엄마의 성적표가 되어있는 이상한 사회. 그 성적표라도 좋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더 이해안되는 상황. 이런 사회현상에 대해 김과 나는 동일한 의견과 관점을 갖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나에게 주양육자라는 무게감이 더해진다. 명칭도 낯설었던 주부, 아내, 엄마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 꼬리표가 지겨워져 주말파업을 선언했고, 결과는 나름 만족. 김에게 더 많은 배려와 노동력을 요구하려는 목적보다는, 심리적 자유로움을 위한 파업이었다고나 할까. 주말동안 한 집안일이라곤 음... 커피 물 끓이기? 이렇게 나의 일상을 향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해본다. 사실 나의 급한 ..

속좁은 일상_2 2016.01.25

아이 웨이웨이 @ le bon marché

France culture 에 나온 아이 웨이웨이 인터뷰를 듣다가 오늘부터 bon marché에 그의 작품이 설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전시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마침 토요일 주부 파업날이라 집을 나섰다. 대인배의 대명사이자, 주목받는 동시대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꼭 열손가락안에 포함되는 아이웨이웨이는 봉막쉐라는 상업적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사실, 반체제적 투사적인 그의 이미지는 파리의 럭셔리한 백화점과 썩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도시인들의 '생활공간'의 일부에 침투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쇼윈도 전시와 백화점의 천장 공간을 이용한 설치는 건축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가장 현대적인..

우린 부자

장을 보러가서, 물건의 가격보다는 먹고싶은 것, 더 맛있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주워담을 때.솔드 때, 머 살 건 없는지 검색하고 있을 때.세탁소에 맡긴 김과 나의 외투들을 찾아 올 때.같이 알바했던 유학생 친구가 놀러와 함께 밥을 먹는데, 우리가 내놓는 음식이며 비싼 디저트를 보며 행복해할때.그리고 요즘 이레를 볼 때. 아, 나는 '가난한'유학생이 아니구나를 느낀다. 그래서 손대접에 힘쓰고 사람들에 필요에 민감해져야지 생각해본다. 요즘 누가복음을 묵상하며 적용해야할 부분.

속좁은 일상_2 201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