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Modigliani_

모딜리아니와 쟌 역할에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두 배우,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어져가는 영화는 특별한 기승전결이나 친절한 인과적 전개가 없다. 그의 삶만큼이나 음침하고 어둡고 심난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깊은 눈을 가진 쟌의 모습, 툭툭 튀어나오는 모딜리아니의 그림과 그가 살아갔던 동시대 파리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비단 모딜리아니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며 파리에서 활동했던 피카소, 수틴, 디에고 리베라, 말년의 르누아르의 모습까지 슬쩍 보여준다. 특히 피카소와 모딜리아니의 관계를 매우 흥미롭게 그려냈다. Modigliani,_Picasso_André Salmon 그리고 어떠한 설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 쟌을 모델로 한 그림. 다음날 ..

Le radeau de la Méduse

ArtisteThéodore Géricault Date1818-1819 Techniquepeinture à l'huile, toile sur bois Dimensions (H × L)491 cm × 716 cm LocalisationMusée du Louvre, Paris 이번주 동안 우연하게 두번이나 마주쳤던 이 그림. 설명이 필요없는 이 그림에 대해, 낭만주의자들의 그림에 다소 지루함을 느끼는 나로서는 제대로 눈과 마음을 주지 않았었는데, 이 우연한 마주침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달까. 19세기 초 아프리카 식민지를 개척 할 목적으로 프랑스는 군함 3 척을 마련했다. 그 3 척 중 하나였던 메두사 호, 이 군함의 선장은 귀족출신으로 식민지에서 부를 축적할 생각에 항해에 관한 지식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메두..

Musée du quai Branly

에펠탑 바로 옆, 세느 강변에 위치한 이름 그대로 "브랑리 강변 미술관", (쓰고보니 정겨운 이름이구만) '케브랑리'는 자크시락 시절에 이곳 대통령들이 재임시절 굵직한 건축물 만들기 '전통'?에 따라 야심차게 기획되었단다. 문명과 예술이라는 꽤나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미술관 수준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문명의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이 많은 전시물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생각하니 약간 아찔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을 둘러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뭐 여전히 끊임없는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한다. 레비-스트로스 씨어터 이름도 차암 어울린다! 그런 논쟁은 여기서 다룰 내용과는 너무 멀리 있으며 너무 거대하니 차치하고, 자신의 컨텐츠가 아닌 남의 나라와 대륙의 여러 상징물과 유산들을 모아다가 삐까뻔쩍 내 놓은 이들..

Nuit des musées 2013

이곳에 와서 생각하게되는 여러가지 이슈들 중, 우리의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단연 문화컨텐츠이다. 늘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들의 유서깊고 잘 보존된 문화컨텐츠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별거 아닌 내용물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여(?), 엄청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알고보면 이들 고유의 아이디어나 유산이 아닌 것도 많다. 공장을 세우고 도시를 현대화하기 위해 구닥다리 마을과 보기싫은 옛 모습을 헐고, 기계를 닦아 조이고 기름칠하고 있을때, 얘네들은 구닥다리 무언가에 옷입히고 색칠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없어진 것을 만들어 낼 수 없겠지만, 지금 흔한 것 그래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보존하려 하지 않는 그런 예술들이 언젠가 우리의 역사를 쓰는데 중..

l'ecume des jours

휘발성있고 훅 지나가버리는 TV속 정보들에 재미를 못 붙이다가 드뎌 오늘 연회원권을 끊고야 말았다. *여기 애들은 역시 영화관에서도 수다를 엄청 떤다는 것 *외국인에게도 끊임없이 농담을 한다는 점. 우리가 알아듣든 말든. 그리고 프랑스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는 미셸 공드리의 l'ecume des jours 보리스 비앙의 원작을 그답게 만들어 냈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찾아본 단편영화 la lettre에 반한 이후여서인지, 수면의 과학을 재탕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역시나 흥미로우면서도 훌륭한 설치 예술들이 등장한다. 스토리에 상응하도록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화시키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장-솔-파르트르의 등장이나 모던타임즈의 21세기식 비꼬기, 종교에 대한 비판의 지점에서는 소설 정도의 실랄함을 담아내..

Danse à la-

르느와르의 그림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내 키를 넘는 캔버스를 마주하여 그가 사용한 행복하고 따사로운 색을 바라보노라니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게다가 이렇게 똑똑한 배치라니. 한참이고 물끄러미 서서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campagne의 그녀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평소엔 입지 않았을 법한 붉은 꽃무늬가 프린트된 드레스를 입고 사랑스러운 빨간 모자도 썼다. 장갑과 부채는 다소 과해보이지만, 한껏 멋을 부리며 이 자리를 준비하다 보니 좀 힘이 들어갔다. 아마도 그의 것인 듯한 보이는 황토색모자는 흥겨운 춤사위 때문에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차라리 잘 되었다. 그의 얼굴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니까 ville의 그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좀 더 수동적이다. 이 춤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