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살가도의 Genesis

다소 고루하며, 신화적 아우라를 씌우려는 의도가 명백한 이 전시 제목은 좀 그렇지만, 자연다큐 사진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살가도의 그것들은 이전 시리즈에서 사람이 서 있던 자리를 동물과 식물로 대체했을 뿐이다. 여전히 군집형태의 생명체,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거대한 배경이 있다. 커다란 프린트 사이즈와 장시간의 노출이 주는 흐릿함이 압도적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당황스럽게 주인공도 등장한다! 남극과 북극 아마존 마다가스카르- 이런 미지의 공간들이 주는 상쾌함과 약간의 서늘함을 느꼈고 그가 담아낸 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손택이 말한 그 시선으로 인해! 물론 기억하고 싶은 사진도 있었고 그리고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어 황송했다.

heartstrings

파리 사람들의 캐릭터를 설명할 때, 어느것에도 만족하지 않는, 늘 비판과 불만 많은 사람들이라고들 한다. 뭔가 이성적이고 높은 기준이 있으리라고 아우라를 씌울 수 있겠지만, 막상 그런 이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그들을 이기기위해 더 비판적이 되거나 냉소적인 눈을 가진 방관자가 되어 버린다. 이 사진을 보며 사소한 장면에 감동하는 게 무엇인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발목의 높이에 카메라의 눈을 맞춰 찍은 이런 사진들도... @ HCB

LA MARCHE: 1983-2013: 30 ans de Marche pour l'Egalité

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고, 1983년에 일어난 그 역사적 사건에 대해 찾아보니, 과연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영화는 다소 동어반복적이었지만, 이것을 그냥 뉴스 리포트의 한 꼭지로 읽었다면 울컥했을 것 같다. 약 50일동안 마르세유에서 파리까지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여 평화적인 걷기를 시작한 10명 남짓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에서 아주 짤막하게 당시 프랑스의 인종차별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나 공격을 당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겨우 30년전의 일이다. 비록 영화는 지루했지만, 역사를 향한 이들의 오마주가 숭고하게 느껴졌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은 이들을 엘리제궁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외국인의 체류와 관련된 법을 개선했다. http://blogs.mediapart.fr/blog/maryam-al-sh..

라이언 맥긴리 'Body Loud'@Galerie Perrontin

'젊음' 혹은 '생기'로 가득찬 맥긴리의 사진전이 대림미술관과 동시에 이곳 파리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마치 TV 광고를 보는 듯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있노라면, 추억에 빠져든다. 음,, 그만큼 늙었다는 뜻이기도 하겠고. 때로는 그때의 치기어림과 자유로움이 그리울때가 있는데, 그의 사진은 그런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빈티지스런 프린트도 그런 목적이 아니겠는가 싶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늦가을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맥긴리의 작품을 보았다. 그때 그 시절을 나와 함께 했던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Le Transperceneige, 영화보다 영화관 이야기

이곳의 극장문화는 몇가지가 흥미롭다. 일단 좌석지정제가 없다. 가끔 있는 영화관도 있다던데, 그리 일반화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개봉한지 하루 이틀 된 기대작을 보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한다. 이곳의 줄서기 문화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일반적으로 영화 상영시간이전 20분정도가 광고시간이다. 걸어서 3분거리인 동네 UGC에 가는 날이면, 집에서 상영시간 지난 10분 후에 출발한다. 티켓 끊어서 상영관에 들어가면 대충 영화 상영시간 도착이다. /그리고 역시, 이들은 영화 시작하기 직전까지 엄청 시끄럽다. 동네에서 개봉하지 않은 설국열차를 보러 Bercy의 엄청나게 큰 상영관으로 갔는데, 제시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거의 꽉찼다. 개봉일에는 르몽드에 한면을 할애한 비평기사가 실리기도했..

Gravity

이야기의 개연성은 차치하고, 이들이 부유하고 있는 그 끝을 모를 아득한 공간이야말로 온 몸을 아찔하게 했다. 그리고 그 공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주제와 상징들을 매우 심플하게 담아냈다. 영화라는 오락거리에서 굳이 추상적인 생각을 강요받지 않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만큼! 다소 밋밋한 스토리와 변화없는 공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전략'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인간의 능력이 가장 극도로 발달한 분야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 그가 하고픈 말은 발을 땅에 디디고 살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 이라는 창세기스러운 메시지였다는 것. 그리고 그 말에 위로 받으며 다시 땅의 감촉을 느끼러 나오는 이들에게 자신의 지'점'을 확인시켜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