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다시 프로테스탄트

독일에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단숨에 읽어버린, 다시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세계관 시간에 만났던 그 분의 모노톤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담론과 비판들을 단정하고 날렵하게 잘 정리해 놓은 책. 역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남겨진 이야기들은 쉽지 않다. 한국이 지금여기와 내가 살고있는 서유럽권의 지금여기를 고민해보게 되었고, (미국식 자본주의와 다른양상으로 무너진 이곳의 교회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되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요즘의 고민과 겹쳐) 함께 문제를 찾고 함께 고민하는 공부에 대해 도전받게 되었다. (시간과 생각의 공유에 있어 인색한 내가 어떻게 이를 실현해야 할까에 대한 부담) 동시에 내가 붙잡고있던 키워드와 주제들이 튀어나와 반가웠다. 잘 가고 있다고 격려받는 느낌.

Tante Hilda

애니메이션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다양한 소재의 애니메이션을 시즌이나 관객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만들고 있다는 점에 늘 고무된다. BD(Bande-dessinée)라고 불리는 만화는 이곳에서는 단순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유희와 교육도구가 아니다. 일반적인 책으로 또한 예술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BD를 단순히 만화로만 취급해서는 안된다. 실로 BD안에서도 일반 서적내의 장르만큼 다양한 소재가 다루어지는데, 정치, 철학, 사회, 스포츠, 국제사회 등을 망라한다. 오늘 보았던 힐다는 환경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인류의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전자 조작식물이 한 실험실에서 발견된다. 늘 그렇듯, 그 실험실에 함께한 연구원..

cité de l'architecture

중세 고딕이나 르네상스,그리고 동시대에 이르는 건축의 양식들을 훑어볼 수 있는 이 곳. 뮤지엄이란 이름대신 시테를 사용한다는 상징성 방대한 자료들은 물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앉아서 보고 역사 속의 건물 사이를 산책하는 이 기분이란. 뭔가 대단한 역사의 현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달까. 누군가로부터 들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지점. 너희는 어떻게든 놔두고 고치고. 우리는 어떻게든 부셔서 새로짓는구나. 여러모로...

Musée Guimet

동양의 신비스러움과 아시아 여성의 다소곳함. 힌두교나 불교, 선에 대한 호기심, 한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 미지의 영역을 정복한다는 그 시선. 어쩌겠니. 그래 참 잘해놓긴했다. 케브랑리보다는 도도함이 덜하구나. 아시아인들 조차도 모르는 아시아의 유물들을 대거 모아놓고 "incroyable"을 연발하다니. 여튼 타인의 눈을 통해 보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불편하며 그래도 언제나 알고싶다. 중국의 고대 유물 중에는 종교적이거나 실용적인 것이 아닌 오로지 유희만을 주제와 목적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었으며, 일본의 이 다소곳한 커플의 선과 색은 눈코입큰 애들에 질린 내게 숨구멍을 내 주었다. 뭐 그렇대도 아시아 예술을 모아놓은 이 미술관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 사진과 다를 바 없다. 그리스 신전에 모아놓..

A.Peterson

강렬하고 폭력적인 그러나 자유로운 이미지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전시장 말미에 상영되고 있던 그의 제자가 찍은 다큐멘터리는 그의 작업과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미간을 찡그리며 봐야만 했던 그의 피사체들이, 그가 함께 살고 만나고자 했던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그는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데 들이는 노력보다, 그들과 대화하고 친구가 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삶의 조건이 하나하나 삭제되어가는 이들... 대표이미지는 cafe Lehmitz

Yves Saint Laurent

얘네들이 전기영화를 만들어내는 빈도수를 보면 참으로 놀랍다. 어디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나 싶기도하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정치적 인물들 (사실 그 인물들의 주변의 사건)을 중심으로만 만들어내는 한국영화의 소재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를 해보게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입생로랑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가 창조해 낸 새로운 스타일의 의상에 더 비중을 두었다거나, 상징적 사건 하나를 뽑아내야 마땅할 텐데.. 이영화가 보여주는 입생로랑은 패션브랜드로서이기보다는 인물로서의 입상로랑이다. 그 점이 이곳의 전기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그의 동반자였던 피에르 베르제라는 인물도. 게다가 이 배우(Pierre Niney, Guillaume Gallienne)들, 연기를 넘 잘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