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우뚱 묵상 148

욥기 38장과 호크니의 자연

60개의 캔버스를 붙여서 그린 호크니의 그림 중 하나의 캔버스부터 보기 시작한다. 팝아트의 선두주자였던 호크니는 젊은시절부터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고, 끊임없이 변모시켜갔다. 특히 그의 색 사용 방식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수영장 시리즈에서 보듯, 가볍고 밝은 색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호크니 작품의 미덕이 아닐까. 여튼,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호크니는 엄청나게 큰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 주로 숲속이나 자연의 모습을 다양한 색을 통해 그리고 있다. 특히 그랜트 캐년을 그린 호크니의 이 작업은 60개의 캔버스를 붙인 것이다. 각 캔버스가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지만, 다양한 색과 윤곽 때문에 그냥 단 하나의 캔버스만 떼어서 보아도 완결된 그림같이..

갸우뚱 묵상 2014.08.27

엘리후, 욥의 고통에 관한 한 젊은이의 주장

La solidité du brouillard, Luigi Russolo, 1912, h/t, 100 x 60 cm, Venis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세월호 유족 중에는 이런 분이 있다. 자신의 자녀가 학생들을 구하다 죽음을 맞이한 것을 알고, 자기 자녀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는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 분에게는 자녀의 죽음이 억울한 것도 원인을 밝혀야할 어떤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이 받아들이고 그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끼면 될 뿐이다. 인간에게는 여타의 존재들과 다른 위대한 능력이 있다. 의미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말이다. 똑같이 밥을 굶어도, 돈이 없어 사먹을 수 없는 고통과 다른 이를 돕기위해 기부하는 대신 밥을..

갸우뚱 묵상 2014.08.25

Pierre 에서 pilier 까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래 그걸 알려준건 혈육이 아니고 하나님이다. 라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 금: 사도신경을 공부하면서 보았던 마태복음의 본문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의 고백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신 말씀을 내가 말하며 내가 들었다. 토: 가정예배 시간에 교회에 대해 나누면서 우리의 고백에 에수님이 세우신다고 했던 그 교회에 대한 나눔을 교회에 대해 무감각해진 그들에게 말하며 우리가 들었다. 일: 힐송에서 들었던 돌과 바위 그리고 기둥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가르치시는 하나님과 그렇게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가시는 과정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또? 라고 반문했다. 방학숙제처럼 느껴졌던 그 산발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그냥 돌이었던 베드로에게 반석..

갸우뚱 묵상 2014.08.11

우리에게 없는 것

이번 여름은 우리의 신앙이 조금은 전환되는, 아니 우리의 교회관이 조금 다른 단계로 들어간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교회들이라면 당연히 '문화적으로' 용인되어 온 일들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견디기와 버티기와 신앙적 의무로 극복해보려했던, 게다가 그것을 성숙이라 여겼던 과거를 청산해보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주 예배드리며 우리에게 없다고 느꼈던 것1. 좋은 말씀을 듣고 교훈을 얻는게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맞이하는 과정, 그러므로 예배는 우리가 그분을 맞아들이고 그분이 우리를 맞아주는 아주 즐거운 시간 2. 엘리사의 기적이 오늘 우리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3. 자유로운 리듬타기

갸우뚱 묵상 2014.08.04

욥과 친구들의 대화

우리의 말은 상대방을 향하여 출발했다. 그런데 이 말은 상대에게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욥과 친구들의 대화가 그렇다. 지난한 대화의 시간이 지나는데, 서로의 말은 서로를 향하지 않고 날아가버린다. 욥기는 하나님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이 서로 다른 세계관 사이의 부딪힘을 이야기한다.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화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서로의 세계관의 수없는 미끄러짐만응 경험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것이 욥기가 제기하는 증요한 질문이다. 같은 울타리에서 같은시간에 대화하고 있는 그들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수많은 말풍선은 소통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세계관을 공고히 하기 위함일까. 이렇게 뱉어진 말들의 향연을 필립 파레..

갸우뚱 묵상 2014.07.30

욥기 10장의 바니타스

라투르의 정물화 @ Louvre 1650-1660년대에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특히 많이 그려진 바니타스(Vanitas)화는 유럽최대의 종교전쟁이었던 30년 전쟁 후의 황폐함, 죽음, 허무, 덧없음을 표현한다. 중세의 시작이 성상화나 성경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여 캔버스를 신에 대한 찬양과 영광으로 채우고 있다면, 중세의 말기는 해골과 초, 세속적인 정물들을 통해 종교에 대한 회의와 인간 육체와 물질에 대한 허무를 캔버스에 빼곡하게 담고있다. 일상의 사물들을 '보고 관찰하여' 그리는 그림을 정물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바니타스 정물화는 실제로 테이블에 놓여진 대상에 대한 관찰을 기초로하지 않는다. 누가 집의 따스함을 상징하는 테이블위에 해골과 시계, 책이나 칼 등을 올려놓겠는가? 따라서 바니타스화는 관찰한 ..

갸우뚱 묵상 201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