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우뚱 묵상

욥기 38장과 호크니의 자연

유산균발효중 2014. 8. 27. 07:44





60개의 캔버스를 붙여서 그린 호크니의 그림 중 하나의 캔버스부터 보기 시작한다.
팝아트의 선두주자였던 호크니는 젊은시절부터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고, 끊임없이 변모시켜갔다. 특히 그의 색 사용 방식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수영장 시리즈에서 보듯, 가볍고 밝은 색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호크니 작품의 미덕이 아닐까.

여튼,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호크니는 엄청나게 큰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 주로 숲속이나 자연의 모습을 다양한 색을 통해 그리고 있다. 특히 그랜트 캐년을 그린 호크니의 이 작업은 60개의 캔버스를 붙인 것이다. 각 캔버스가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지만, 다양한 색과 윤곽 때문에 그냥 단 하나의 캔버스만 떼어서 보아도 완결된 그림같이 느껴진다. 숲이나 풍광을 그린 비슷한 작업들도 그렇다. 5-60개의 캔버스로 한 벽을 가득채운 그림 앞에 서면 적잖이 당황할 듯!


이렇게 하나님이 욥에게 나타나신다. 그리고 그분의 장황한 대서사시가 시작된다. 마치 이 그림을 캔버스하나하나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캔버스 앞에 서 있는 관람자는 어디부터 들여다봐야할지, 조금이라도 따라 그려볼 수 있을지 막막하다.

38장 이전까지와는 전혀 이어지지 않아보이는, 하나님과 욥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 그림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를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멀찍하게 떨어져 그림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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