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우뚱 묵상

시편 42편의 기도

유산균발효중 2014. 12. 28. 09:05

주일에는 원래 큐티를 잘 하지 않는데, 오늘은 참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오늘이 아니라, 지난 며칠, 아니면 지난 몇주.

아마 이렇게 은혜없는 성탄을 보낸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다. 정신이 산만하고 분주하며, 뭔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마도 자신의 열정을 믿음과 등치시키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당연한 그 일들이 나에게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으니 이를 어쩌겠는가. 그런 의미없는 열심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그냥 욕을 먹는게 낫다는게 나의 입장이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매우 시니컬하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방법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고.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며 으쌰으쌰를 해서 주도 면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모래위에 쌓은 성일 뿐이라고. 은혜가 없어서라고 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김과 예배를 드리고 하필 오늘의 본문이었던 시편 42편을 읽는데 울음이 터져나왔다. 몇주간의 짜증이 이 말씀 앞에서 폭발해버렸다. 시편의 기자는 내 영혼이 너무 낙심하였지만, 요단 땅과 헤르몬과 미살 산에서 주님만을 그래도 생각한다고 한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믿음의 형제자매들에게 자꾸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하게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sos를 치는 심정으로 그렇게 해보지만, 내 영혼은 알고 있다. 

시편 42편에서 그가 두번이나 반복해서 하는 이 구절이 조금 이해가 된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그렇게 낙심하며, 어찌하여 그렇게 괴로워하느냐? 너는 하나님을 기다려라. 이제 내가 나의 구원자, 나의 하나님을 또 다시 찬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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