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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사춘기? 갱년기?

친구들과 헤어진 슬픔에 울고, 세월호 소식에 울고, 자기 부모님과 통화하다가는 왜 제대로 된 소식을 듣지않고 무조건 조용조용하게 살려하느냐 버럭하고, 2박3일의 외박을 준비하는 장을 봐놓으며 감동멘트를 날린다. 그는 다중인격인가? 나이로치면 사춘기와 갱년기의 중간쯤이긴 한데, 갱년기가 되면 성호르몬이 다른 성정체성으로 향해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하니, 난 그냥 갱년기로 부른다. 사실,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따라온 곳이 자신이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나라, 국적을 알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인종들이 모인 지저분하고 안전하지도 않은 파리다. 게다가 한해 한해 체류증을 갱신하며 내년의 신분이 불확실한 상태로 살아가려다보니 늘 뭔가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한다. 그는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없었던 ..

속좁은 일상_2 2014.05.02

연대

solidarity라는 외국어로 듣는 연대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아, 그 주제로 이야기 할 때는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일상으로 돌아와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 단어를 피해갈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보낼 우표를 산다는 말에, 요즘 우리가 너희나라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한 그 할머니. 뒤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이런저런 걸 물어보며 너무 슬픈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린 정말 힘든 순간을 겪고 있고,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희들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부탁하였을때, 화장실로 뛰어갔다가 한참후 선글라스를 쓰고 나왔던 그녀. 연대라는 말을 정치적이고 호전적으로만 해석해서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분명 큰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

속좁은 일상_2 2014.05.01

국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있으니, 그곳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나라라는 단어의 어감보다는 국가라는 딱딱하고 뭔가 교과서적인 단어가 더 와닿는 요즘이다. 유럽국가에 대한 막연한 사대주의를 갖고 있다거나, 이곳에서 겪는 생활의 어려움을 이 국가에 대한 판단으로 연결시켜 애국자가 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여기서 외국인일 뿐이다. 첫만남에서 넌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을 들어야하며, 가끔은 한국에 대해 호감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한국에 대해 대답해 줄 때면, 마치 내가 무슨 한국을 얼마나 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은근슬쩍 한국에 대해 자랑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인간이 서로 연결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그 원리가 와닿은 적은 없었다. 태어..

속좁은 일상_2 2014.05.01

시편 36편 1-12절: 쉬운성경 번역본

다윗의 시, Seigneur, la source de la vie est en toi 주님, 생명의 샘이 주께 있습니다. 라는 제목 (PDV) 으로 지어진 이 시가 오늘의 기도가 되었다. 울어도 보고 화도 내보고 침묵도 해보고 애써 소화해내려고 날렵한 논리를 들이밀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다윗의 이 기도를 여러번 되새기며, 단순히 악하다는 말로 묘사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그들을, 악하고 거짓된 말로 온 뼈와 피와 근육이 이루어진 그들을, 생명의 샘이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을 떠올렸다. 오늘의 우리와 꼭 닮은 원수를 만난 다윗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이 장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주님, 악한 자들이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입니다. 악한 자들의 죄에 관하여 주님께서 내게 알려주셨습니다..

갸우뚱 묵상 2014.04.30

musée Gallo-Romain

갈리아 시대의 수도였던 리옹은 도시 곳곳에 고대의 유적들을 잘 복원, 보존해놓고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끈다. 로마 원형 공연장/경기장의 무너진 터 한쪽에 자리잡은 이 박물관은 인근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건물에서 떨어져나온 벽과 기둥, 건물 내부의 유적들로 가득했다. 유물 자체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 공간의 아름다움인데, 입구에서 전시장으로 내려오는 원주형 계단은 태양광이 비치며 마치 신비한 동굴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동선도 환상적인데, 정말 강물이 흘러가듯이 스윽 지나가면 어느새 전시장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다. 중간중간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 옆에는 통유리로 된 큰 창이 있다. 박물관이라는 죽은 자들의 공간이 저 밖에 살아있는 자들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보고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