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주체화과정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이 쓴 걸 읽을 때는 꽤나 낭만적이고 희망적이었던 이 제목이 나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과 맥락을 만들어낸다. 정말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침 면접자리에서 만난 그녀는 이미 유학의 고단한 과정을 끝내고 한국에서 강의하는 자리까지 맡았음에도 프랑스 인과 결혼하는 바람에 다시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묻더니, 공부만 하기도 힘든데 왜 이런 일까지 하냐고 물었다. 속으로 '네 저는 공부만하면서 쫄쫄 굶을, 수 없어요. 저도 당연히 일하기 싫죠. 시간 아깝고.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요. 그런데 저에게 돈을 줄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해요.'라고 사뭇 냉소적으로 말했지만, 이런 말은 그냥 맘에 담아두고 겉으로는 아무것.. 속좁은 일상_2 2014.06.19
Gent 도착한 시간에 보았을 때는, 아기자기하고 관광객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의 한 도시 정도로 생각했다. 작고 아담한 가게들, 현대적인 건물과 중세식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있었고, 월드컵을 맞아 16강 나라들의 국기를 걸어놓은 바.벨기에 맥주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고,트람이 큰길을 가로지르고, 겐트를 상징하는 요새가 위엄있었으며, 무엇보다 밤이 되니 입이 떡벌어지는 야경이 펼쳐졌다. 도시의 인상 2014.06.17
커플시계 앞자리 앉은 노부부의 손목에 시선이 머문다. 딴 생각을 하는 와중에 멍하게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의 시계. 몇십년은 함께 살았을 이들의 얼굴은 저 시계처럼 닮아있다. 긴 인중과 처진 입꼬리, 긴얼굴. 시종일관 대화하는데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이나, 서로는 서로의 말을 곧장 알아듣고 맞장구친다. 공공의 장소에 있지만, 사적인 영역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친밀함이 부러웠다. 그리고 곧장 우리의 시계를 촬영해 봄. 속좁은 일상_2 2014.06.15
어긋남 말과 사물이 만나서 허물어지고, 이미지와 의미가 어긋나는 그 순간이 마치 우리의 지금같아 보였다. 밤과 낮이 공존하고, 파이프를 그려놓은 채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 순간. 여기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곳이 사람들이 볼 만한 곳이며 구경할 만한 아름다운 곳임을 설파해야했다. 그리하여, 마그리트가 말한 대로 언어는 곧 꿈과 같은 것. @마그리트 미술관에서 속좁은 일상_2 2014.06.15
Bruxelle 처음 보았던 밤의 브뤼셀은 인공적인 조명 말고는 어느것도 관찰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두번째로 본 브뤼셀은 오롯이 마그리트를 보기위한 목적에서였다. 낮에 본 브뤼셀은 파리 못지않게 관광객들로 가득찬 도시였고, 꼭 봐야만하는 장소가 있다기 보다는 도시 건물 전체가 하나의 볼거리였다. 만화의 나라 벨기에답게 벽을 장식한 이런저런 낙서들을 포함해서. 도시의 인상 2014.06.12
여름 맞이 조금이라도 앉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이렇게 널부러져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특별한 소풍이 아니라, 이들에겐 일상인 이런 모습이 아직은 생경하다. @république 도시의 인상 201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