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합창

몇해 전, 명동성당에서 송구영신 미사를 드린 적이 있다. 목적은 일종의 구경이었는데, 강론은 매우 평범하고 지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단지 명동성당에 울려퍼졌던 성가대의 합창이다. 뒤에서부터 기둥을 하나하나 지나쳐 울림을 만들어내는 목소리는 하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아빠를 보고 돌아오는 길. 크게 걸린 플랭카드에는 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 안내가 보였다. 전동성당의 내부는 가히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이 공간을 이렇게 잘 활용하다니. 성당에서 하는 연주회답게 프로그램은 키리에를 시작으로 하여 미사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공간이 가장 그 자신답게 이용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무기력증

자본주의의 가장 큰 병폐가 무기력증이라 했던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이 자신의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즉, 자본의 소유가 어떠한 발전도 보장하지 않음을 알기에.) 혹은 그 가장 반대의 극단에서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보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좌절한 인간은 무기력증에 걸릴 수 밖에 없다. 학위라는 추상적인 절차가 인간에게 주는 무기력증도 만만치 않다네.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