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face off

기 드보르의 책을 다시 곱씹으며 un face book 해버렸다. '스펙타클사회에서 추방당하는 것조차 우리에겐 불가능하다!' 조금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계정 비활성화 페이지에서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XXX님이 아쉬워합니다'라는 말에 정이 확떨어져 그나마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다. 인맥 중심의 한국사회에서는 모든 매체들이 타인과 일상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듯 하다.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모두 긁어모아도 몇명 되지도 않는 주제에 사실 가입 탈퇴 사이엔 어떠한 변화도 없다. 다만 수도 없이 날라오는 단체문자 같은 정보에 공유할 수 없는 또 다른 괴리감을 느낄 뿐. 어쨌든 face off 했고 광장보단 밀실이 좋다. 이놈의 왕따 인생!

채광

이상하게도 연구실에만 있으면 볼이 발그레해졌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알고보니 겨울이라 태양의 조도?가 낮아진다나? 그래서 태양이 내 볼을 정면으로 때린다. 카뮈의 이방인 마지막 혹은 첫 장면이 떠오른다. 그 책을 생각하면 붉은 태양의 잔상이 남아있다. 그리고서 햇빛으로 조금이나마 달래질지도 모를 우울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그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눈부신 겨울 낮의 연구실. 들어가면 다소 따뜻하다. 아니 다소 따끔하다. 덕분에 나의 SF주인공 두 분은 잘 자라고 계신다. 역시 식물에게 물보다 중요한건 햇빛인가보다. (일반화 시킬 순 없겠지! 아무런 변인 없는 주관적 의견이므로...)

송년회 단상

백수이고 어디에도 특별히 소속된 곳 없는 나도 송년회 러쉬가 계속되고 있다. 안가기엔 뭔가 예의없는 것 같고, 한편으로 그리운 이들이 모이는 자리도 있긴하다. 일년동한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어떻게든 보상해드리고 회복하기위한 만남의 자리들이 갚아야할 빚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일어난 신변의 변화들을 나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브리핑해야 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어느새 빚으로 쌓여버린 관계들을 평범한 보통날 만나 차한잔으로 해결하는 인간성이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꼭 만나야 할 이들을 만나지 못하고있는 연말의 역설.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 성탄절은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엄마는 병원에 계신 중증환자들이나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으셨다고 했다. 그 선물은 바로 성탄파티인데, 1층로비가 거의 꽉차게 많은 분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모였다. 반응도 별로 없고, 표정도 뚱해보이지만 이들이 듣는 성탄의 기쁜 소식이 이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길 기도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