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성탄절의 사람들(1)

새침하고 낯가리던 권양이 어쩐일인지 요즘 열심히 율동을 한다. '열심히'란 단어로는 부족하다. '광적으로' 혹은 '열정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정도의 수식어가 맞을 것 같다. 그녀의 몸놀림은, 몇 해전 유치부에서 절도있는 율동으로 이름을 날린 그녀의 언니를 떠올릴 정도다. 개과천선? 새옹지마? ㅎㅎㅎ 여튼 권양의 찬양하는 입과 각이 잡힌 동작이 웃겨서 찍어보았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의 어긋난 시선. 개성있는 아이들. 지금의 캐릭터를 잊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자신에게솔직하고, 훤하게 비치는 투명한 사람들로 말이다. 취재열기. 저마다 가장 예쁘고 가장 튀는 자기 애를 찍기위해 모이셨다. 이 장면은 뭔가 불편함을 준다. 여튼 우리의 권양도 예쁜 표정을 지어가며 율동을 열심히 했는데... ..

Les miserables

혼인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될 줄 알았던 주소지 이전이 되어 있지 않았다. 부재자 신고 기간은 지났고, 전주 금암2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투표를 하고 엄마와 함께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고, 젊은이들은 거리에 피를 흥건하게 고이게 해 놓고 죽었다. 죽어가는 그들에게 시민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들밖에 없는 거리, 떠들썩했던 도시는 폐허처럼 조용했다. 그리고 대선의 결과는 1번의 승리였다. 예상보다 훨씬 큰 표차이로 말이다.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애써 꾹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보고싶지 않는 뉴스를 오히려 찾아보고있다. 잠이 안온다. 광주에서 있었던 학생들의 비폭력 평화시위가 매스컴에 늘 폭력..

이맘때.

해마다 이 때 쯤이면 하는 일이 있다. 경찰병원과 둔촌시장에서 성탄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평소에 전도를 잘 안하고 살기때문에 무언지 모를 부채감이 생겨 연례행사로 참석하는 것도 큰 이유이긴 한데...그보다 더 큰 이유는 개인적 기억때문이다. 아빠가 병원에 있을때 사람들이 찾아오면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평소 사람을 좋아했던 성격탓에 말은 잘 안나와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개도 끄덕이고 했더랬다. 그래서 주말에 시간이 될때마다 요양원에 김과 함께 가곤했다. 병원은 몸이 아픈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자연스레 그들은 마음이 아파지기 마련이다. 자기 몸을 가누지못하는 데에서 오는 의기소침함. 그리고 오랜 병으로 인해 더이상 찾아오는 이도 없을 즈음이면 짜증과 신경질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난 병원이 싫고 ..

메-롱

몇 주 전 만해도,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었던 그! 엄마의 교육으로 인해 내 신분을 알아버렸다. "선생님은 남편 있잖아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뱉어내기 어려운 '남!편!'이란 단어 말이다. 뜨악~ 몇달간의 사춘기를 벗어난 듯한 유익이. 화난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혀를 코에 대는 묘기를 부렸고, 이에 뒤질새라 우리의 윤호 아니 정윤호 군도 혀를 쭉 내밀어 본다. 오호 그러나 그의 혀는 아직 덜 자란 듯하군! 2012년 12월 첫주 주일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