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이맘때.

유산균발효중 2012. 12. 15. 22:11




해마다 이 때 쯤이면 하는 일이 있다. 경찰병원과 둔촌시장에서 성탄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평소에 전도를 잘 안하고 살기때문에 무언지 모를 부채감이 생겨 연례행사로 참석하는 것도 큰 이유이긴 한데...그보다 더 큰 이유는 개인적 기억때문이다. 아빠가 병원에 있을때 사람들이 찾아오면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평소 사람을 좋아했던 성격탓에 말은 잘 안나와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개도 끄덕이고 했더랬다. 그래서 주말에 시간이 될때마다 요양원에 김과 함께 가곤했다. 

병원은 몸이 아픈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자연스레 그들은 마음이 아파지기 마련이다. 자기 몸을 가누지못하는 데에서 오는 의기소침함. 그리고 오랜 병으로 인해 더이상 찾아오는 이도 없을 즈음이면 짜증과 신경질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난 병원이 싫고 지긋지긋하다. 

오늘, 긴 대화를 나눈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유독 기억나는 두분.

혜민스님의 책을 읽고 있는지 침대위에 책이 놓여있었다. 예수님에 대해서는 책에서나 읽어보았다는 검고 사각의 뿔테안경을 쓴 전경. 허리를 다쳤다 했다. 예수님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고 했더니 들어보겠다했고 기도해준다고 했더니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종교에 대해 진지한 청년같아보였다. 

뒤늦게 병실에 들어와 스칠뻔 했는데, 너무 슬픈 눈을 하고 있으셔서 말을 걸었던 할머니. 위암수술을 했고 회복중이지만 너무 힘들다했다. 마침 전주출신이었고 이 병원에 의사를 소개받아 여기까지 와서 수술을 했는데, 교회를 다니지도 예수님에 대해 들어보지도 않았다 했는데 기도를 해준다니 내 손을 덥석 잡으셨다. 

돌아와서 이 두분을 생각하며 기도했다. 이 맘때, 이들을 만나며 나는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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