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성탄절의 사람들(1)

유산균발효중 2012. 12. 23. 23:34

새침하고 낯가리던 권양이 어쩐일인지 요즘 열심히 율동을 한다. '열심히'란 단어로는 부족하다. '광적으로' 혹은 '열정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정도의 수식어가 맞을 것 같다. 그녀의 몸놀림은, 몇 해전 유치부에서 절도있는 율동으로 이름을 날린 그녀의 언니를 떠올릴 정도다. 개과천선? 새옹지마? ㅎㅎㅎ 여튼 권양의 찬양하는 입과 각이 잡힌 동작이 웃겨서 찍어보았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의 어긋난 시선. 개성있는 아이들. 지금의 캐릭터를 잊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자신에게솔직하고, 훤하게 비치는 투명한 사람들로 말이다. 


취재열기. 저마다 가장 예쁘고 가장 튀는 자기 애를 찍기위해 모이셨다. 이 장면은 뭔가 불편함을 준다. 

여튼 우리의 권양도 예쁜 표정을 지어가며 율동을 열심히 했는데...

중간에, 그만 꽈당하고 넘어져 울면서 무대를 내려왔다는 슬픈 이야기. 그렇지만 이 표정은 남아있다. ㅎㅎㅎ


저녁엔 오랜만에 고등부 때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전주에서 보냈던 중고등부 시절 크리스마스는 교회에 모여 성탄행사후 라면을 끓여먹고 선물교환을 하고 새벽송을 부르고 밤을 새고 성탄 예배때 꾸벅꾸벅 조는 코스였다. 밤을 새며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그때의 유치하지만 활기찬 분위기가 떠오르는 모임이었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이번 성탄절은 예년과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결혼후 첫 성탄절이자, 유치부 선생님으로서의 마지막 성탄절이 될 것이며, 당분간 이 교회가 아닌 곳에서 성탄을 보낼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쓸쓸함이 겹쳐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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