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시즌1 229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

하루하루가 숨이 턱 막히는 요즘, 가장 많이 생각나는 시절이 2006년 여름이다. 8월쯤 대책없이 서울에 상경해 신림동을 떠돌며 방을 찾아다녔더랬다. 코딱지만한 고시원 방, 창문도 없었고 들어가는 길도 침침했던 복도들, 쾌쾌한 고시원 냄새나는 방들이 25만원을 웃돌았다. 하루 종일 땡볕에 전단지를 떼어가며 찾은 방, 꽤나 꼭대기였기만 다른 방들의 두배인데다가 창문도 엄청 넓고 방 크기도 다른 곳의 두배였던 그곳! 게다가 19만원이었던 그 방. 거기로 나를 안내해주던 고시원이름 만큼이나 천주교인처럼 생긴 머리가 황갈색인 아줌마의 뒷모습과 말투가 떠오른다. 20대의 우여곡절들 중 가장 힘들었던 몇달을 생각하면 어김없이 그때가 떠오른다. 물론 원하는 일에 도전하기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가장 ..

일정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일정을 짜는 일인 것 같다. 시간과 장소 사람 예산 동선 등등 고려해얄 것이 이만저만 많은게 아니다. 오전엔 토요일 대구에서 있을 결혼식에 가야할 일정을 생각했고, 낮에는 등록일정때매 환율을 계산했고, 저녁에는 혹시나 택스가 올랐을까봐 부랴부랴 검색하느라 한 정류장을 더 갔고, 환승하면서는 내일 저녁 과외 시간을 계산하다가 한 정류장을 덜 가서 내렸다. 밤에 집에와서는 가을이 지나기전 가기로 한 순천만 일정을 알아보느라 잠이 확 깼다. 하루 일주일 단 몇달 후의 일정도 섬세하세 짜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예민해진 내 모습을 보며, 한줌에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모래같은 인생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일정으로 인도하시는 분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에게 맡겨야지 한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난 ..

등록

0. 아직 언젠가 이런 성격의 글로 우리의 선택에 대한 '나의 소견'을 정리해 놓아야겠다 싶었다. 아직 모든 것이 정리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이 감정을 저장해야겠다. 그게 굳이 오늘인 이유는... 머뭇거리는 사이에 수많은 할인혜택이 있는 만27세가 훌쩍 지나버렸고/ 조마조마해 하던 사이에 보호자 없는 아이이자, 졸업마저 되어버린 끈 떨어진 연같은 신세는 물론/ 멍때리던 사이에 서른이 되어 결혼까지 한 상태가 되었다. 수동형을 쓰긴했지만, 저 동사 안에는 수많은 사건과 보이지 않는 싸움이 깃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혼인신고를 했다. 1. 시작 1.1. 이미 7개월이나 지난 결혼식을 이제서야 신고한 이 상징적 사건은 참 유감이다. 너무 늦어서가 아니라 너무 빨라서..(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