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5

파노라마 사진의 아름다움

한 화면에 담을 수 없는 장면을 파노라마로 돌리려 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마음을 담아 떨리는 팔을 부여잡으며 아이폰을 조작했는데.. 파노라마 첨 찍은 거 아닌데...덜덜덜. 이 멋진 작품이 내 아이폰, 그것도 파노라마 사진엔 이렇게 담겼다. 무한불가능해 보이는 두 대상의 대화와 관계라는 개념을 담으려는 우환의 목적도 이 유한한 물질들로는 이렇게 부분적으로 밖에 드러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이 사진이 오히려 그의 작업을 가장 잘 담아낸 사진이 아닐까 혼자 위안해 본다. 게다가, 그가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모든 대상이 이 안에 들어갔다.하늘, 자연, 철판, 돌, 땅, 그들 사이의 그들과의 대화. 푸하하, 오늘의 셀프정당화 끝!

속좁은 일상_2 2014.08.12

Pierre 에서 pilier 까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래 그걸 알려준건 혈육이 아니고 하나님이다. 라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 금: 사도신경을 공부하면서 보았던 마태복음의 본문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의 고백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신 말씀을 내가 말하며 내가 들었다. 토: 가정예배 시간에 교회에 대해 나누면서 우리의 고백에 에수님이 세우신다고 했던 그 교회에 대한 나눔을 교회에 대해 무감각해진 그들에게 말하며 우리가 들었다. 일: 힐송에서 들었던 돌과 바위 그리고 기둥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가르치시는 하나님과 그렇게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가시는 과정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또? 라고 반문했다. 방학숙제처럼 느껴졌던 그 산발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그냥 돌이었던 베드로에게 반석..

갸우뚱 묵상 2014.08.11

타인의 고통

한국어판에는 충격적인 사진들과 함께 번역되어 있지만, 영어와 불어본은 단 한장의 사진도 싣고 있지 않다. 아마도 손탁은 아주아주 의도적으로 사진 싣기를 거부했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유통되는 그 사진들. 이 사진들에 대한 비판적인 방법들을 논의하는 그 책에서 조차도 우리는 그 사진을 즐기고 탐닉하고 싶어한다.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가해자들의 뒤에 숨어있는 그 그림자들은 발견하지 못한채. 우리는 가해자들을 욕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고통에 한번 찡그리는 것으로 이 부적절한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 거리에 죽어있는 비둘기의 시체를 발견하고, 평소에는 비둘기 때문에 도시의 미관이 손상된다는 둥, 징그럽게 생겼다는 둥, 비둘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하며 비둘기를 욕하지만, 그 시..

속좁은 일상_2 2014.08.07

뭐 찾니?

파리에서는 좀 처럼 아이들끼리만 몰려노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부모가 등하교를 꼭 시켜야하고, 아이가 혼자 거리를 다니면 보호자로서 아동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되는 거란다. 그래서 공원이든 작은 놀이터든, 벤치가 공원의 중앙을 향하여 감시자의 자세로 배치되어있다. 부모들은 대부분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베이비시터들은 그 자리에 앉아 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통화를 한다. ㅎㅎㅎ 오늘 본 장면이 정겨웠던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었을듯. 동네의 작은 공원을 한바퀴 돌고있는데, 활발한 저 키큰아이가 우리를 보며 대뜸 우리 xxx찾고있어요! 란다. 뭐라고? 뭐 찾는다고? 개구리요.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고, 매우 졸졸 흐르는 물일 뿐인데, 개구리가..

속좁은 일상_2 2014.08.07

해변 풍경 일지도... 모르는 숲속풍경

여름이면 파리에서는 바다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센 강변에 모래를 가져다가 해변 무대를 만들어준다. 거기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바다인 것처럼 앉아 일광욕과 모래놀이를 즐긴다. 바닷물이 없는 해변이 가능할까?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정해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어색하고 불편할 것같은 그 이미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수평선을 보지 않고 덩그러니 누워서 해수욕을 할 수 있나? 근데, 오늘 본 저 장면은 퐁텐블로 시청에서 만들어 놓은 해변. 신기하게도 그냥 모래가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와서 비치볼을 하고, 아이들은 마치 해변에서 처럼 물놀이를 한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다. 그냥 배경이나 기구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노는 이들의 문화때문인가보다. 여전히 기구와 ..

속좁은 일상_2 2014.08.04

말그림과 말

루브르에서 제리코가 그린 말 그림을 보고 잘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제리코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를 좋아하는 화가였고, 인간의 정황을 이야기처럼 풀어놓는 화가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그린 말 그림이 다이나믹하고 속도감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영화의 역사 첫시간에나 배울 법한 움직이는 사진 같은 느낌이었달까? 퐁텐블로에서 진행되는 그랑프리라고 불리는 승마대회, 우연히 지나치며 보았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약, 리모콘이 있다면 말이 장애물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과 네 다리를 모두 땅에서 하늘로 힘껏 들어올리기 위해 긴장한 근육들을 일시정지상태로 해 놓고 열심히 관찰해보고 싶었으니까. 아마 나도 제리코같은 재능이 있었다면, 말 그림을 아주 열심히 그렸을 듯! 숲속을 해매다 만난 저 말의 자태를 보..

도시의 인상 2014.08.04

우리에게 없는 것

이번 여름은 우리의 신앙이 조금은 전환되는, 아니 우리의 교회관이 조금 다른 단계로 들어간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교회들이라면 당연히 '문화적으로' 용인되어 온 일들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견디기와 버티기와 신앙적 의무로 극복해보려했던, 게다가 그것을 성숙이라 여겼던 과거를 청산해보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주 예배드리며 우리에게 없다고 느꼈던 것1. 좋은 말씀을 듣고 교훈을 얻는게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맞이하는 과정, 그러므로 예배는 우리가 그분을 맞아들이고 그분이 우리를 맞아주는 아주 즐거운 시간 2. 엘리사의 기적이 오늘 우리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3. 자유로운 리듬타기

갸우뚱 묵상 201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