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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방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지 못하는 과업을 대신 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의지한다. 마침내 그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그를 찬양하고 응원한다. 만약 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에는 등을 돌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문제는 사실 그 과업이란게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필요한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가 그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절대적인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 혹은 손해보기 싫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책임지기 싫어서 일 뿐. 교황의 방문을 둘러싼 교계의 논란이 뜨겁다. 천주교의 정통성이 어쩌고, 교회는 왜 못하냐 뭐 이런 식의 낡아빠진 이야기들에서 전운이 감돌정도이다. 정치적, 경제적 마케팅 열기도 뜨겁다. 프란시스 교황은 아마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를 이용한 각종 자기계발 서적이..

속좁은 일상_2 2014.08.16

오후의 오르간 연주 @마들렌 성당

​ 성모승천일 오후, 오늘과 어울리는 마들렌 성당. 내부 정면에 가장 크게 보이는 상이 마리아의 승천 모습이니까. 날씨가 좋아 산책하다가 들어선 그곳에선 오르간 연주가 있었다. 꽤 많은 이들이 오후 4시, 성당에 자리잡고 오르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외부는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하고, 내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천장 돔의 태양광이 화려한 외부를 따뜻한 색으로 비추고 있었다. ​​​

도시의 인상 2014.08.16

마음만은 그곳에

며칠간 어지러움과 편두통 증상이 떠나지 않는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습도 그리고 이상저온 때문이라 생각했다. 오늘은 극에 달했다. 아마도 여기 책상머리에 앉아 그곳에 관한 글을 쓰려니 그런가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안중근과 같은 행동인데, 지금하고 있는 것은 김소월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머리야! 광복절이자 성모승천일, 마음만은 그곳에.

속좁은 일상_2 2014.08.15

Ufan @jardin de Versailles

​ 몇 년전, 한국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장을 가득 채운 커다란 돌이 덩그러니 철과 함께 놓여있던 작품을 본 기억이 있다. 백남준 이후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작품은 별다른 감흥없이, 나에게 사진으로만 보는 존경스런 작가의 미술 교과서 속 작업일 뿐이었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가 그의 작품에 그리 감동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화이트큐브 속에 놓인 그의 작품은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그가 있어야 할 곳에 놓인 우환의 작업을 보고서야, 나는 그에 대한 평가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국 모노크롬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는 관객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뭔가가 있지 않은가? 추상적인 개념을 주입하듯, 해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양의 모노크롬 작업들을 ..

파워블로거

Marseille를 배경으로 한 plus belle la vie 라는 25분짜리 저녁 드라마를 종종 보는데, 우리로 치면 전원일기 분위기랄까?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다양한 소재와 함께 등장한다. 프랑스 내에서 Marseille는 불법이민자들도 많고 총기사고도 많이 일어나는 위험한 범죄도시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있다. 요즘도 가끔 뉴스에 나오는 총기사고에 등장하는 걸 보면, 밤에 돌아다니지 말아야 할 도시란다. 그런 이미지를 순화시켜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전원일기에서는 나오지 못할 듯한 범죄 에피소드들도 종종 나온다. 결론적으로 plus belle la vie 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원일기 + 경찰서 이..

속좁은 일상_2 201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