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살기위해 꼭 필요한 것

나사로가 죽은 비극의 상황에서 며칠이나 늦게 오신 예수님. 마르다는 "곧" 나가 예수님을 맞이하며 왜 이제야 오셨냐고 하소연한다. 반면, 이 본문에서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면. 마리아는 집안에서 그냥 머물러 있는다. 그녀의 머물러 있음이 내 마음 같았다. 예수님이 오셨지만 쉬이 나가 맞이 할 수 있을 만한 기쁨과 기다림이 없다. 지금의 죽음이 커 보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중엔 마냥 흥미진진하다가도 생활전선으로 뛰쳐나와 당장 필요한 무언가를 마련해 내는 것이 힘들다. 헥헥 거리며 하나둘 알아보면서 쪼들려한다. 청소기는 살까말까 전자렌지는 살까말까 세탁기는 살까말까~ 이런 결정 하나하나와 내가 가진 재화가 만나는 지점 어딘가에서 정신을 휙 놓치고 방안에 머물러 멍하니 있다. 이렇게 살아가고있는 나..

속좁은 일상_2 2013.03.05

@pomp

느즈막히 일어나 이불을 털어놓고 벼르고 있던 퐁피두 센터에 갔다. 깜짝 놀랐다. 마치 놀이 동산에 온 것처럼 줄을 쭈욱 서서 들어갔고, 공항에서 처럼 가방검사를 했다. 그리고 열람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있었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있기도 했고, TV보는 구역도 있고 인터넷 하거나, 키오스크에서 뭐 사먹는 사람들, 계단에서 얼쩡거리거나 건물의 다른 쪽에는 전시장과 기념품가게, 아트 북 전문 서점도 있었다. 그 명성만큼이나 울퉁불퉁한 건물하며, 니키 드 생팔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색들이 도무지 "정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많은 책과 공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느낄 수 있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전..

속좁은 일상_2 2013.02.24

chez moi

유럽의 경기니 파리의 노숙자니 하는 말들을 귓등으로 들었었는데, 집구하기 3주차,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난다. 한국에서 미리 집을 구해서 오거나, 여기 와서 몇개월씩 전전긍긍한다는 말을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집은 구해지기 마련이란 말도 들었다. 6개월동안 집없이 지내다가 몽마르트에 올라가 울었단 말도 들었다. 아랍사람들과는 거래하지 말아야하며, 너무 좁은 집에 살면 부부가 계속 싸우게 되며, 집주인을 잘 만나야하며 어느동네는 안되고 어느동네는 비싸고, 가구는 어떻고,방리유가 어떻고 시내가 어떻고 란 말도 들었다. 저마다 한마디씩 조언을 해 주었다. 고마웠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미 이런저런 정보가 과잉이었다. 어딘가에 우리집을 마련해놓으셨을거란 막연한 기대+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는 일상과 모든것에 새롭..

속좁은 일상_2 2013.02.22

색깔의 비밀

#1. 무채색 옷 며칠동안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눈을 부릅뜨고 이사람 저사람 지켜보고있다. 엊그제 외출하는데 김과 나를 본 문님의 말, - -아주 정상적이시군요! -예? -여기 사람들은 겨울에 색이 있는 옷을 잘 안입습니다. 여자들도 거의 다 무채색만 입지요. 색 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은 거의 중국인들이나 동양인들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색있는 옷을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우리가 그날 입었던 옷은 짙은 남색의 패딩과 검은 코트, 검은 목도리, 검은 신발들... 동시에 며칠 전 장면을 떠올렸다. 오버차지를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짐을 쌌고 줄일 수 있는 가장 만만한 것은 단연 옷, 그래서 김이 얼마전에 산 노란 겨자색 자켓을 벗어 놓고 왔던 것이다. ㅋㅋㅋ 아쉬워하던 그에게 난 남색 아디다스 ..

속좁은 일상_2 2013.02.09

be the guest

누군가의 집에 머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정해진 숙소나 기간 없이 떠나는 이 여행이 무작정 홀가분하지 만은 않았다. 각오 혹은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오전 11시, 배웅을 받으며 유유히 비행기에 올랐다. 며칠간의 짐싸기, 청소하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 치과치료의 아픔이 몰려온다. 7시간의 경유를 통해 머물게 된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은 깨끗하고 정갈했다. 쉼과 긴장이 머무는 공항에서 본 2월 5일의 시편 본문 (5:1-12)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다윗은 악인은 주와함께 머물지 못하고, 주님의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자신은 '주의 풍성한 사랑을 힘입어 "주의 집에 들어가", "주를 경외함으로" 성전을 향하여 예배한다고 고백했..

속좁은 일상_2 2013.02.07

오매불망-비자도착!

드디어 나오고야 말았다. 요즘에 빨라졌다고는 했었지만....지문등록(1/2)한 지, 단 8일만(1/10)에 나와버렸다. 포항 다녀 온 사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 앞에 산적해있던 비자서류 문제가 다 해결되고 나자, 살짝 겁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와서!! 늘 '만약 비자가 나온다면~'식의 조건부로 시작했던 미래형 문장이 조금 더 가까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다가왔다.

속좁은 일상_2 201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