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기준

너무 당연하지만 늘 잊곤하는 이 몇가지 기준들을 시사인의 기사를 읽다가 곱씹어보았다. 멈추어버린 듯한 이 시간, 무언가 생산해내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고 빠릿빠릿하게 목적을 이루어가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지금을 어디로 수렴하도록 이끌어갈 것인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궁극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함석헌,김교신, 류대영 선생님께 배운 역사적 지평에서 나의 위치를 찾아가는 작업, 20대에 무작정했던 진로나 수행과업에 대한 의문이 아닌, 내가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 대한 해석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내 삶에도 적용해보는 것. 하루에도 열두번씩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자책과 자만을 오가며 만들어내는 더딘 흙고르기 중.

속좁은 일상_2 2013.06.01

journey

바캉스에 벼르던 일을 끝내고 나니, 오늘 하루동안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눈은 책을 보고있지만 마음은 수면위를 거닌다.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아무도 쥐어주지 않은 강박을 스스로 떠안고, 효율적이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오래된 격언들로 머리와 마음을 채워보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나에게 희망을 말해 줄 누군가가 그리운 요즘. 계속 그렇게 발을 내딛으면 된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하는 요즘. 한두달 전쯤에 들었던 말. -30도 일때도, -1도 일때도 겉에서 보기에는 얼음이라고. 하지만 1도만 올라가도 후자는 스르르 녹아버릴 것이라고 했다. 모교의 홈페이지를 찾아 주소를 메모하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마음을 어떻게 엽서 한장에 담아낼지 고민하다가 괜히 우울해져버린 밤. 이런 날 가끔씩 생..

속좁은 일상_2 2013.05.11

교육용 영화 몇 편

이곳에 와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받아 온 교육이 갖고 있는 명확한 경계와 한계인데, 특히 생각보다 다른 나라의 정세나 사회 문화 혹은 민족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그렇다치고, 도대체 제대로 알고 있는 나라가 없다. 여기 와있는 몇달사이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도,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그냥 헤드라인 한 번 읽고 넘어갔을 만한 것들이었다. 새로운 교황 프랑소와 선출, 대처의 죽음, 남미의 민주화나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에 대한 자국민들의 의식, 시리아 사태, 보스턴, 심지어 북한의 도발 등등. 다국적의 아이들이 모여있으니 각각 자기 나라의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에게는 익숙한 사람이나 지명 역사등이 나에겐 참으로 생소하고도 낯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

속좁은 일상_2 2013.04.29

친구가 필요해

오늘 친구를 한명 사귀게 된 것 같다. 내 예상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고, 예상보다 더 똘똘하고 재밌는 사람이었으며, 예상보다 더 바른 신앙과 자유로움을 가진 이였다. 생활방식이나 결혼 과정, 가치관 등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1인까지. 이번 주 내내 외로움과 가까워져가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는데, 신선한 만남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 또 다행이다.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거리, 그리고 적절한 친밀함.

속좁은 일상_2 201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