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받아 온 교육이 갖고 있는 명확한 경계와 한계인데, 특히 생각보다 다른 나라의 정세나 사회 문화 혹은 민족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그렇다치고, 도대체 제대로 알고 있는 나라가 없다. 여기 와있는 몇달사이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도,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그냥 헤드라인 한 번 읽고 넘어갔을 만한 것들이었다.
새로운 교황 프랑소와 선출, 대처의 죽음, 남미의 민주화나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에 대한 자국민들의 의식, 시리아 사태, 보스턴, 심지어 북한의 도발 등등. 다국적의 아이들이 모여있으니 각각 자기 나라의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에게는 익숙한 사람이나 지명 역사등이 나에겐 참으로 생소하고도 낯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부한답시고, 나의 '분야'에만 골몰하며 벽을 쌓아가고 있었으니 그렇겠지뭐.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얘긴 영화나 화가 얘기에 끼어드는 것 정도!
예전에는 연출이 진부하고 시시한 전기영화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몇몇 영화들을 일부러 찾아보며, 그 사람들에 대해, 그들을 만든 사회에 대해, 그들을 추종하며 기리는 지금의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다. 이런 이해가 깊어질 때 쯤이면 그들과 나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게 더욱 많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