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6

[옥희의 영화]

옥희가 만들어내는 알레고리, 또라이 독립영화 감독이 된 이선균의 발견 뼛속까지 녹아든 문성근의 캐릭터 옥희와 송교수 진구가 폭설 후 강의실에서 선문답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영화는 왜 만들어야 하죠? 성욕을 어떻게 이겨내세요? 꼭 행복해야 하나요? ... -사랑은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봐. 그럼 그 순간 니가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될 거야. 소품같은 영화에서 오히려 홍상수의 과잉적이지 않은 생각들이 잘 드러났다. 산낙지는 이제그만 토해내고. 아차산에 잔치국수나 먹으러가자.

away we go

객관적으로 더 훌륭해보이고 안락해보이는 사람들을 곁눈질하다가 결국 그게 나의 삶은 아님을 깨닫고 그안에도 감당해야 할 아픔이 있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삶의 방법을 찾아가는 이런류의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의 떠남과 돌아옴이 이해되는, 그리고 가장 새로운 곳인 Home에 정착한다. 이 영화의 극적 반전은... 알고보니 그들에겐 엄청 멋진 집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휴우~

[엘시스테마]

선진국의 염세주의와 권태 베네수엘라의 활기 예술이 인간의 삶을 구원할 것이라는 오랜 이상들이 실현되는 것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순간. 쾌쾌하고 축축한 시멘트 벽에 둘러싸여 밤새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가 기억났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낙관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과 물리적인 실존에 영향을 줄 수 없는 현실도피라고만 여겨지는 비관적인 마음이 공존한다. 부에나비스타처럼 음악에 젖도록 만들어주거나 한 인물에 집중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어주거나 사회적 르포 형식으로 지식을 전달해주거나 그 어떤 것도 택하지 못한 연출의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지나, 오랫동안 잊었던 희망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두다멜의 음악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어주었다.

The kids Grow up

자녀를 독립시키는 어려움이 비단 한국사회나 동양문화에서의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그리고 커가면서 부모가 더이상 보호자나 쉴 수 있는 그늘이기보다는 사생활의 침해자이자 이해할 수 없는 권리를 주장한다는 항의도 한국적인 정서만은 아닌가보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을 떠나는 딸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싶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겪는 애환이 잘 녹아있다. 어린 루시는 아빠가 자신을 카메라에 담는게 좋고, 자신의 장래희망을 말하고 아빠와 노는 게 좋다. 대학생이 된 루시는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담고싶어하는 무례한 아빠에게 항의하고, 프랑 스인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숨기고 싶어한다. 그야말로 독립을 원한다. 부녀의 좁힐 수 없는 심적 거리는 아슬아슬한 대화와 엇갈리는 서로의 요..

[토이스토리3]

1,2 편이 꽤나 정치적이었다면, 전작에 비해 휴머니즘을 강조하고있다. 여전히 앤디는 평범하지만, 신의를 지키며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정의나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지 않기때문이다. 어쩌면 뻔하고 늘 보는 이야기임에도 이들이 나와서 이야기하고 노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하고 뭉클해진다. 아무래도 적당히 거부감없는 이야기에 살을 붙일 줄 아는 픽사의 상상력 때문이리라. 일취월장하는 토이스토리 시리즈.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라면, 우디가 자신의 인형을 기부하면서 캐릭터를 하나하나 소개해주는 장면이었다. 의미있는 소개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 벌거벗은 아기모양의 인형은 이전에도 조금 흉측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심리학자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인.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삶을..

시리어스 맨

코엔형제의 최고작은 단연 파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이 영화 나에겐 그냥 그랬다. 이들의 블랙코미디가 이제 조금씩 식상해지기 시작해버렸다. 유대인의 문화를 조명해줘서 고맙다. 인생. 꼬이고 꼬이고 꼬이고 꼬여서. 어디까지 꼬일지 모르겠다. 결론은 시리어스하게 살지말자? 요즘 나에게 돌아오는 메시지는 늘 이렇다. 근데 이 영화의 인물들. 참 기하학적으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