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언어로 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물들의 대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물론, 무의식적으로) 속도가 느린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 한국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바쁜 한국사회를 거슬러가는 그들의 연출은 어디로부터 기인한 것인지를 내심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이들 중, 최근에 보고 이윤기의 영화중 미처 보지 못했던 을 보았다. 영문 제목이 ad-rib night인데, 왠지 영화를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여전히 이윤기표 우연한 마주침과 비어있는 공간이 매력적이다. 자신과 얼굴이 닮은 이의 방에 머물러 있게 된 주인공, 보경 혹은 명은. 그녀의 이름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단지 하룻밤만 연기를 해주면 된다. 거기 모인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의 죽음 자체만을 본다. 그래서 ..